무료서비스에서 출발해 한국 돌봄사회서비스 기반구축에 기여

노인장기요양제도가 정착되기 전만 하더라도 자활사업에서 돌봄사회서비스는 빼놓을 수 없는 핵심사업이었다. 전국 247개 지역자활센터 가운데 어느 한 센터도 이 사업을 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모든 자활센터들의 보편적인 사업이자 핵심적인 사업이었다. 강원도만 놓고 보자. 2007년도 강원지역 15개 지역자활센터의 돌봄사업현황을 보면 84개 사업단(기업 4개소)에 종사자만 1천63명이었다.

이는 우리 사회의 현실의 반영이었다. 1990년대만 하더라도 무의탁노인들을 돌보는 사회서비스 체계가 갖춰지지 못했다. 지역별로 자원봉사자들이 가끔씩 오고가면서 돌보는 수준이 고작이었다. 그러다 자활사업이 시작되고 2000년 제도화 되면서 우리 사회의 열악한 돌봄사회서비스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전국의 시군구단위로 거의 설치된 지역자활센터들이 나서 무료간병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어려운 이웃을 돌보고 자활의지를 향상시킨다는 취지였지만, 의외로 이 사업은 한국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지역사회 무의탁노인, 장애인은 물론이고 병원에 입원 중인 어려운 이웃들의 간병까지 도맡아 하면서 자활간병사업은 우리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사회서비스 체계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자활간병사업은 복권기금에서 지원하는 가사간병도우미사업의 공급주체로 자리매김했고, 이어서 2007년 4대 사회서비스 바우처사업으로 전환될 때 중요한 서비스 공급기반의 역할을 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08년 참여정부의 공약이자 국정과제였던 노인장기요양제도가 도입, 우리나라도 선진국형 돌봄사회서비스 체계가 도입됐다.

이때 자활간병사업은 제도도입 초기의 취약한 상황에서 중요한 서비스공급기반으로 또 한 번의 역할을 했다. 지금은 지역 곳곳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다양한 돌봄사회서비스 업체들이 많아져 자활센터의 역할이 그리 주목받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그러나 여전히 돌봄부문의 자활기업들은 특별하다. 강원도에서도 손꼽히는 규모의 돌봄사회서비스기업은 자활기업이다. 이들 기업들은 모두 사회적기업으로 전환, 돌봄사회서비스를 통한 사회적 가치 실현에 앞장서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왜 이들은 특별할까?

여러 돌봄사회서비스자활기업 가운데 횡성의 (유)열린사회서비스센터 백명화 대표와 영월의 (유)영월돌봄사회서비스센터 김해자 대표에게서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선 ‘일하는 사람들의 기업’이라는 점을 자랑스러워했다. 대표와 요양보호사들이 주종의 관계가 아니라 나눔과 협동의 가치를 공유한 파트너십으로 뭉쳤다고 한다. 가장 낮은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주인인 회사란다. 회사의 연간 사업계획과 예·결산, 대표부터 모든 종사자들 인건비까지 전체 종사자들이 참여하는 총회에서 결정한다. 처우개선에 우선하여 쓰고 수익이 남으면 사회공헌사업비로 사용한다.

다음으로는 ‘존엄서비스’를 지향한다는 점이다. 모든 돌봄사회서비스의 공통된 특징은 1:1서비스다. 그래서 진심을 다하는 섬김의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서비스 시간을 재고 어떤 서비스를 공급했는지를 금액으로 따지는 것을 우선하면 이루어질 수 없단다. ‘내 부모를 모신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가능하고, 그런 정신을 바탕으로 운영하다보니 치열한 경쟁에도 흔들림이 없다. 그렇게 지역사회의 선도적인 사회서비스 공급주체로 자리매김 했다. ‘사회적경제 선도기업’ 선정이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다.

그들은 지역사회를 소중하게 생각했다. 늘 지역사회로 눈과 귀를 열어둔다.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공급에 앞장서서 일하는 기업이다. 그래서 그들의 경영이념은 하나같이 ‘지속가능성’이다. 특별한 경영노하우도 없다. 느리더라도 함께 가는 것이 핵심이다. 그들이 있어 ‘존엄서비스’의 가치가 더욱 빛난다.

원응호 시민기자 (강원도광역자활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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