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근혜’ 시대 동안, 특히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시민들은 언론인들이 그들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

대다수 언론인들의 실제 활동내용과 언론인들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이 차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현상이 ‘기레기 담론’이다. 시민들은 뉴스의 수준과 그 뉴스를 만든 기자의 역량을 평가하며, 그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뉴스를 만든 기자를 ‘기레기’라고 부른다. 한국기자협회가 2014년에 협회 소속 기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68.7%에 해당하는 기자들이 ‘기레기’라는 지칭에 대해 “맞는 말”이라고 답했다. 이처럼 오늘날 기자들의 자존감은 바닥을 쳤다.

이 ‘기레기의 시대’에 언론인들은 언론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는 독립 언론사인 뉴스타파 기자들의 실천 속에서 이 질문의 답을 찾는다. 뉴스타파 기자들은 이 기레기의 시대에 스스로를 ‘진실의 전달자’라고 지칭한다. 이 정체성의 근간은 다름 아닌 시민들이다. 인간(人間)이란 단어의 속뜻이 잘 보여 주듯, 우리는 서로가 있기에 우리의 존재를 확인한다. 내가 이 사회에서 나로 살 수 있는 이유는 나와 너 사이에 있다. 뉴스타파 기자들이 스스로를 ‘진실의 전달자’라고 칭할 수 있는 까닭도 마찬가지다. 뉴스타파 기자들은 시민들의 재정적 후원을 통해, 그리고 그들과의 일상적인 만남을 통해 그들이 기자임을 확인한다. 이러한 ‘진실의 후원자들’이 있기에 뉴스타파 기자들은 ‘진실의 전달자’로 살아간다.

뉴스타파 기자들을 참 기자라 여기는 이유는 그들이 기자의 사회적 역할을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스타파 기자들은 우리 사회가 언론에게 요청한 윤리원칙을 실천했다. 그들이 유별난 실천을 한 것은 아니다. 그들은 줄곧 기자답게 살았다. 그들 중 상당수는 기자다운 선택을 해 ‘해직기자’가 됐다. 또 다른 누군가는 참 기자가 되고 싶은 마음에 뉴스타파에 몸담았다. 기자스러움은 뉴스타파 기자들의 몸과 마음에 깊이 배어들어 그들 자신이 됐다. 이 체화된 언론실천을 바탕으로 뉴스를 만들면서, 그리고 그 뉴스에 대한 사회의 반응을 접하면서 뉴스타파 기자들은 기레기의 시대에도 스스로를 ‘진실의 전달자’라고 여기며 살아갈 수 있다.

나는 한국 언론문화가 극적으로 변하리란 기대를 하지 않는다. 한국 사회처럼 언론과 정치, 경제 사이의 관계가 긴밀한 사회에서 기자가 기자답게 살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일개 무명 기자가 조직의 명령을 거슬러 독야청청하게 살기란 거의 불가능하단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기레기 시대의 유지와 종식은 결국 기자들이 실천하기 나름이다. 나는 무엇보다도 기자들이 스스로 기자됨의 뿌리가 시민들과의 관계 속에 있음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서 그들이 아무 때나 어디서나 어느 누구와도 참 기자로서 관계맺음 할 수 있길 바란다.

우리 사회는 언제든 이런 날카로운 빛깔, 바른 향기를 가진 사람들을 기자라고 불러 줄 것이다.

신우열 (한림대 정보기술과문화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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