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을 통해 사회를 보는 따뜻한 시선
춘천 연탄은행 정해창 대표

그가 연탄배달을 시작한 건 2004년 10월 1일. 벌써 13년이 지났다. 처음에 이렇게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았다면 시작도 못했을 거라는 그. 춘천연탄은행 대표 정해창 목사(제자감리교회)는 춘천에 아무런 연고가 없어 그게 오히려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연탄은행은 원주에서 처음 시작됐지만 전국적으로 확산된 것은 춘천연탄은행의 활동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부터다. 연탄은행은 현재 전국 34곳에 조직돼 있다.

우선, 연탄은행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을까?

지금은 아파트가 들어서 있지만, 그 당시 도청 아래 요선동의 소양로는 좁은 골목의 달동네였어요. 그런데 어느 지인이 달동네에서 겨울에 연탄이 없어 춥게 지내는 어르신들이 많다는 얘길 하더군요. 그래서 가봤더니 진짜 쪽방에서 연탄도 없이 지내더군요. 대충 50에서 100여 가구 되겠거니 생각하고 교인들과 함께 맘을 먹었죠.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게 교회 사명이기도 하니까. 그때 300만원인가를 주고 지금 있는 중고 트럭을 사서 연탄배달을 시작했어요. 현재 춘천에서는 1천여 세대에 40만장 정도, 전국적으로는 800만장 정도의 연탄을 나누고 있습니다.

전국 협의회 부회장을 겸하고 있는 정 대표. 사회적 덕망이나 교회의 선교 차원에서 이 일을 하는 경우 실패한 사례를 종종 봤다고 한다. 그래서 전국 협의회에서 실사를 엄격히 해 순수성을 살려나가고 있다고. 그래도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이 많을 것 같다.

처음에는 어려움이 많았죠. 해보니까 ‘아무나 이 일을 할 수 있는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탄을 배달하면서 좋은 일이니까 이웃사람들이 도와주지는 않아도 공감은 해주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연탄재가 떨어지면 핀잔을 주고, 빙판길에 차가 미끄러져도 도와주기는커녕 오히려 성가시게 생각하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지금은 연탄봉사가 많이 알려져 여러 기관이나 단체에서도 하는데, 각자 나름대로 목적이 있으니까 나쁘지 않아요. 현장을 잘 몰라 중복되는 측면도 있지만, 남들이 안 가는 곳을 우리가 가면 되니까요. 많으면 좋은 거죠. 처음에는 40만장을 배달한다고 하면 10만장은 자원봉사자와 하고 30만장은 저희들이 하는 구조였는데, 지금은 봉사자들이 늘어서 반대로 되었죠. 도움을 주시는 분이 많아졌어요.

좋은 일이라고 처음부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지원해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런 걸 왜 하느냐는 반응이다. 정 대표도 그럴 때마다 굉장히 힘들었다고 한다. ‘내가 이 일을 꼭 해야 하나’ 하는 마음이 들 때도 많았다. 그걸 극복하는 데는 역시 신앙의 힘이 컸다고.

처음에 시작할 때는 이렇게까지 일이 커질 줄 몰랐어요. 그래서 순진하게 생각한 측면이 있었죠. 주위 사람들에게 실망하고 마음이 어려울 때 신앙과 기도의 힘이 컸어요. 좋은 일을 한다면서, 하나님을 믿는다면서 사람들에게 실망해서야 되겠나 싶었죠. 그 뒤로는 사람들을 만나서 설명은 하지만 직접 손을 벌리지는 않게 되더군요. 그러다보니 오히려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단체도 이사진과 운영위원을 갖추며 많이 개선됐습니다.

연탄봉사 참가자들

그래도 역시 좋은 일에는 어려움보다는 보람이 많은 법.

바느질 하는 할머니가 1년 동안 모은 걸 기부하시는 경우도 있고, 보람된 일 참 많죠. 최근에는 깨진 연탄을 철사로 꿰매 사용하는 할아버지를 보고 어르신들에게 연탄은 생명과 같은 것이구나 생각했죠. 너무 고마워 할 때 내가 하는 일이 가치 있고, 보람된 일이구나 생각하죠. 어르신들에게 주는 것보다 저희들이 받는 게 더 많아요. 오늘도 어떤 할머니가 밥상에서 악수를 하는데 손에 뭘 쥐어 주시는 겁니다. 반찬값이라도 하라고 10만원을 주시더군요. 어르신에게는 큰돈이죠. 오히려 후원을 하는 겁니다. 어르신들이 의리가 있으세요.

연탄은행은 연탄만 나누는 게 아니다. 밥상도 나눈다. 올해 초 소양로에 문을 연 무료급식소 ‘하늘밥상’이 그것이다. 연탄과 밥상, 생명과 온기를 나누는 일이다.

혼자 사는 어르신들이 많아 12년 동안 반찬 서비스를 했어요. 근데 술을 드시는 할아버지들이 많아 독거사하기도 하고, 홀로 지내다보니 우울증을 겪고 심지어 자살까지 하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그래서 밥상을 차리면 서로 친구도 되고 교제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하늘밥상을 열게 됐어요. 매주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네 번 점심식사를 제공합니다. 대상자는 100여명인데, 실제 이용하시는 분은 60~80명 정도 됩니다. 처음에는 데면데면했는데, 지금은 가족처럼 되었죠.

연탄을 통해서 세상을 본다는 정 대표. 연탄으로 보는 사회나 사람들이 굉장히 긍정적이라고. 그는 연탄은행을 통해 사회에서 덕망 있고 영향력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 의지하고 사랑을 받는다고 한다. 사회를 바라보는 그의 독특한 시선이 느껴진다.

초창기에 택시기사들이 밤을 새워 일하고 나서도 봉사에 나서고, 방문 간호사들도 힘든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주말에 어르신들 건강도 돌보시고 연탄봉사도 하시는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습니다. 초등학생들이 손이 새까맣게 연탄봉사를 하면 어르신들이 고맙다고 우시기도 해요. 사회가 이들 때문에 건강한 거라고 봅니다.

‘연탄은 눈물’이라는 정 대표는 어르신들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연탄이 없어질 때까지 이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한다. 전국협의회도 연탄은행을 통해 사회나 국가가 더 따뜻해지는데 일조한다는 마음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연탄은행을 통해 복지 네트워크가 확장되고 복지선진국으로 가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고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떨까?

연탄봉사가 불편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으로는 20만명 정도의 자원봉사자들이 있어요. 우리 사회에 약자에 대한 관심, 배려, 나눔의 마음이 살아있다는 반증입니다. 우리는 그 마음을 모아 연탄이 사라지는 날까지 이 일을 할 겁니다. 연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사실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사람들이라 사랑도 필요하고, 친구도 필요하고, 밥도 필요하고, 만남도 필요해요. 이걸 모두 연결하는 서비스를 좀 하고 싶어요.

연탄에는 비밀이 많다. 연탄은 3.65Kg이다. 우리 몸의 온도는 36.5도다. 연탄은 추위로부터 어르신들의 온도를 지켜준다. 또, 연탄구멍이 22개인데, 행복(幸福)이란 한자어의 획수가 22획이다. 연탄은 까맣지만 다 타면 하얘진다. 그의 연탄철학이다. 별이 어두운 밤을 비추듯 연탄도 어둡고 추운 사람들에게 별처럼 희망을 주길 바란다는 춘천연탄은행 정해창 대표. 연탄배달은 도움을 주는 사람들과 도움을 받는 사람들을 잇는 통로다. 그 통로를 통해 마음이 연결되고 온기가 전달된다. 연탄은행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덥혀주는 보일러가 아닐까?

 

김진석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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