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토론은 ‘경험하지 않으면 평생 알 수 없는 비밀이고, 산들산들 기분이 좋아지는 봄바람이며, 친구들과 할 수 있는 가장 재미있고 완벽하며 사랑 받을 수 있는 대화’라고 한다. 학생들이 독서토론을 소재로 만든 한 줄 명언이다. 이 의아한 말들은 독서토론이 공부의 범주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 공부를 넘어선 삶의 경험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준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비결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상호협력 독서토론이다. 나와 다른 의견은 비판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생각을 더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서 존재한다. 둘째,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전제다. 우리는 독서토론이 책을 잘 읽는 학생들의 지적인 놀이가 되는 것을 지향하지 않는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문화를 즐기듯이 학생들은 모두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이끌어가야 하는 ‘사람’이므로 누구나 독서토론을 즐기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셋째,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수동성을 버리고, 토론을 위한 질문을 스스로 설정하는 능동성을 추구한다. 사실, 이 세 가지보다 더 앞서는 비결이 있다. 그것은 ‘함께’다. 혼자 하는 일은 대체로 재미가 적다. 하지만 함께 하면 서로 끌어주고 의지할 수 있을 뿐더러 즐거울 수 있다. 삶의 일들도 이러할진대, 하물며 의미 있는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는 어떻겠는가.

우리 학교 학생들은 다양한 장면에서 함께 읽기와 독서토론을 즐기고 있다. 독서토론의 무한한 변신이다. 이것들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크지만 섬세하고 재미있는 힘을 서로에게 미치며 유기적으로 존재한다. 드레스 코드에 맞춰 멋을 내고 ‘독서토론카페’에 와서 얼굴이 달아오르도록 토론을 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선생님과 ‘5인의 책친구’가 돼서 한 계절이 가도록 독서토론을 하며 인생의 추억을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친한 친구들, 또는 꿈이 맞는 친구들과 ‘독서 동아리’를 만들어 꿈을 키우는 책읽기를 하기도 한다. 국어시간에는 주제통합독서토론을 하면서 독서토론의 정석을 배운다. 또 독서토론리더 언니들의 ‘독서토론 워크숍’에 참가해서 언니들과 책을 통해 삶의 길을 찾기도 한다.

6회 독서토론 카페에서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의 엄기호 저자는 “무리하지 말라. 자신을 잘 돌보는 사람이 되라. 멋진 사람이 되라” 등 주위 어른들이 해주지 않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 낯선 말에 학생들은 충격을 받기도 하고, 위안을 얻기도 했다. 책읽기는 영혼에 금(균열)을 만드는 일이 아닐까. 독서토론은 이 균열 사이로 낯선 세계의 바람이 불어온 사연과 금이 간 틈에 어떤 풀꽃 하나 길러야 할지 그 내밀한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아닐까.

궁극적으로 독서토론이 만드는 것은 책을 가운데에 놓고 네다섯 명이 모여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작은 공동체다. 아이들은 이 안에서 환대 받고 우정을 쌓아간다. 나아가 새로운 삶과 세계를 꿈꾼다. 함께 읽는 것은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함께 읽기는 무한한 변신 중이다. ‘계속해서 시작된 신비로운 놀이는 남김없이 태워도 다시 살아 움직인다. 살아난 그림으로, 철없는 낙서들로, 산 채로 잡은 시(詩)가 되어 변신!!’(국카스텐 「변신」 중).

 

서현숙 (홍천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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