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표구 인생
한일표구사 김호정 대표

석사동주민자치센터 인근에서 표구사를 운영하는 김호정(60) 대표는 전남 해남 출신이다. 그림도 그리고 표구 일도 하던 고향 선배를 따라 40년 전 처음 표구를 시작했다. 표구는 우리나라에 불교가 들어오면서 시작된 고급문화로 병풍, 족자, 액자 등을 제작하고, 찢어지거나 곰팡이가 핀 오래된 작품들을 복원하는 작업이다.

처음 서울 남영동과 인사동에서 수리·복원 일을 주로 했던 그는 1984년에 친구의 권유로 춘천에 내려와 요선동에 있는 한일표구사에서 일했다. 그러다 1990년 이 표구사를 인수한 후 잠시 다른 일을 하다가 6년 전 지금 석사동 이 자리에서 다시 표구사를 운영하고 있다.

표구 작업은 한 번에 여러 작품을 진행할 수는 있으나, 붙이고 말리는 과정을 반복해야 하는 일이라 보통 한 작품에 10일 정도 소요된다. 병풍의 경우에는 한 달 이상 정성을 쏟아야 완성된다. 표구 일은 가을에 주로 몰린다. 각종 문화제가 열리고 전시회도 줄을 잇기 때문이다. 가을이면 집에도 못갈 정도로 바쁘다는 그는 “우기엔 나무가 안 마르고 습해서 결과물이 좋지 않은데, 작품 자체만 놓고 보면 가을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일감이 적은 여름과 겨울엔 산에서 일한다. 영림단 소속으로 벌목작업도 하고, 겨울엔 소나무 재선충 피해방지를 위해 두 달씩 일하기도 한다. 표구 일은 세밀한 작업을 요하다 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그래서 그는 산에서 일하면서 충전하고, 오히려 산에 있을 때 마음이 편하다.

일을 하다 보면 버려진 것 중에서 우연히 좋은 작품을 찾았을 때가 있다. 실제로 며칠 전 궁중에서 쓰던 고급 병풍이 망가진 상태로 버려진 것을 발견했다. “곰팡이 피고 훼손되면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것들을 복원하고 보존할 때가 가장 즐겁다”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 그. 그는 표구 외에도 그림, 사진, 사물놀이 등 여러 분야에 관심을 두고 활동해왔다. “앞으로 표구 일만큼 오랫동안 해온 농악발전에 힘쓰고 싶다”는 그에게서 식지 않는 열정이 전해진다.

이푸름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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