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인가 싶더니 이미 한겨울에 들어서 버렸다. 물고기 연구를 업으로 삼고 있는 나와 같은 사람들은 겨울이면 긴 휴식기간이나 마찬가지다. 하천에 나가도 물고기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고 설사 물고기를 잡아낸다고 해도 올바른 평가가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많던 물고기들은 어디로 가버린 걸까?

팔미천의 겨울

가을이 다가와 수온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물고기들도 겨울준비에 돌입한다. 무섭고 추운 겨울을 무사히 보내기 위해, 여름 내내 길이 성장에 열을 올리던 작전을 바꾸어 성장을 서서히 멈추고 겨울 동안 사용할 영양분을 몸에 비축하기 시작한다. 물론 다음해 봄에 산란할 알도 준비해야 하고…. 사람들에게나 물고기들에게나 가을은 언제나 바쁜 계절이고 준비할 것들이 많은 시기이기도 하다.

돌틈에서 겨울을 보내는 밀어

수온이 점점 하강함에 따라 변온동물인 물고기의 체온도 점차 떨어진다. 몸이 뻣뻣해지고 그토록 날렵하던 수영 솜씨도 보잘 것 없어져 어디 깊숙한 곳에 은신하며 숨어 지내야 한다. 동료들과 함께 조금이라도 온도가 높은 깊은 물속으로 들어가거나, 바위틈 깊숙이 들어가거나 상류에서 하류로 내려와 겨울을 보내기도 한다. 외로움과 무서움을 달래기 위해 서로 함께 모여 겨울을 보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물고기들은 겨울잠을 자지 않는다. 최대한 몸을 움직이지 않고 가면 상태에 들어가 에너지 낭비를 줄이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울은 물고기들에게 가장 혹독한 계절이다. 긴 겨울을 무사히 넘기지 못하고 많은 물고기들이 겨울 동안에 죽음을 맞이하고 만다. 어린 물고기들이거나 병약하거나 아니면 충실히 겨울을 준비하지 못한 개체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물고기가 그렇게 추위만 타고 힘든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온대성 물고기들은 대부분 가면 상태로 겨울을 보내지만 일부 냉수성 물고기들은 겨울이 더욱 신나는 계절이기도 하다. 빙어와 같은 물고기들은 수온이 점차 하강함에 따라 좀 더 얕은 곳으로 올라와 신나게 겨울 한철을 즐기기도 한다.

 

송호복 (사단법인 한국민물고기생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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