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옆 골목길에 있는 작은 도서관 뒤뚜르 활동가들이 학교에 오는 날이다. 덩치가 산만한 6학년 아이들에게 그림책 읽어 주는 날. 오늘이 올해의 마지막 날이라 어떤 책이 들어올까 궁금하기도 했다. 활동가 별곰, 사과, 별꽃에게 인사도 못하고 올해를 마무리해서 미안하다. 따뜻한 꽃차를 대접하고 싶었는데. 내년을 기약하며.

길가에는 위험이 도사리고, 어른들은 잠재적으로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존재라 함부로 짐을 들어주거나 따라가면 안 되는 학교 밖. 미래의 꿈을 위해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오늘의 놀이터는 접근금지 구역. 늘 ‘불안함이 위협하고 있다’로 규정된 사회. 이 사회에서 아이들이 학교 밖을 나설 때 따뜻한 곁을 내주는 공간이 있을까?  마을공동체가 화두인 지금. 시혜적인 돌봄이 아닌 마을과 공동체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공간이 우리 곁에 있다. 우리 학교 옆 작은 골목에 있는  작은 도서관 ‘뒤뚜르’가 그러하다. 따뜻함과 공동체가 확장된 공간, 뒤뚜르 도서관. 

오늘도 우리학교 아이들은 공부를 끝내고 뒤뚜르에 간다. 그야말로 자기주도적으로.

우리 학교 뒤뚜르도서관  마니아들에게 물었다. “ 왜 뒤뚜르가 좋니? 왜 뒤뚜르에 가니?”라고. 

“화장실이 급할 때 아무렇지 않게 들어갈 수  있다.” “더운 여름날 시원한 물을 마실 수 있다.” “갑자기 내린 비를 피할 수 있다.” “‘철따라 놀래’에서 들꽃도 보고, 밤도 줍고 해서 좋다.” “도서관 앞에 골목에서 말뚝박기를 할 수 있다.” “추억이 많다.” “풍성기름집 아주머니가 친절하시다.” “1학년 때부터 와서 어색하지 않다.” “인형극도 보고, 동네 탐험대 활동을 한다.” “학교 동아리 활동 회의장소로 편안하다.” “책을 읽고 싶을 때 읽는다.” “새 책이 자주 자주 나온다.” “바닥이 따뜻하다.” “깨끗하다.” “환대 받는 기분이 든다.” “책을 읽지 않아도 책을 읽고 무엇을 하라 하지 않아서 좋다.” “그저 편하다.”

아이들에게 이런 곁을 내준 탁월한 사람들. 공동체를 꾸려 내는 사람들, 마을에서 협력을 끌어내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공간이다.

“우리는 왜 이 작은 골목에 도서관을 만들고, 도서관에 오는 것일까. 또 도서관 활동가들은 무슨 에너지로 변함없이 회의도 하고 모임도 끌어가는 것일까…굳이 의미를 부여한다면, 세상이 요구하는 가치가 아닌, 작은 꽃에도 말을 걸 수 있는 마음으로 주위의 ‘사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아이와 어른들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직도 세월호의 아픔이 진행 중인 현실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주 작은 것일 수 있습니다. 그것은 이웃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예민한 능력을 아이들에게 키워주는 것입니다. 물론 어른들은 부끄러운 마음으로 깨우쳐야 하겠지요…뒤뚜르 도서관이 만들어진 일곱 해를 보냈습니다. 작은 도서관이기에 좋은 시설은 아닐지라도,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에 오지는 않아도 아이들 웃음과 어른들의 도란도란한 수다가 뒤뚜르 마을을 아름답게 가꿔준다면 좋겠습니다.”

- 2015년 2월 13일 뒤뚜르 도서관 총회 자료집에서

마을교육공동체의 철학을 온전히 드러낸 생각과 실천이 여덟 해째 이어지고 있고, 아이들에게 ‘마을’이란 가치를 스며들게 하고 있다.

박정아 (호반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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