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들고 싶은 도시, 춘천’은 명품도시를 지향한다. 도시는 기본적으로 사람과 도시라는 물리적 공간으로 형성된다. 따라서 도시공간의 명품화는 전문가가 그 공간을 어떻게 잘 만드는가 하는 문제와 그 공간에서 생활하며 실제로 도시공간을 운용하는 사람들, 즉 시민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연재를 하면서 그동안 주로 도시공간의 녹지를 비롯해 물리적 구성요소에 대해 이야기했다. 전문가들이 도시를 계획하는 과정과 관계된 것들이다. 아직도 그러한 물리적 요소에 대해 할 이야기가 있기는 하지만 정유년 닭의 해를 맞는 첫 부분이라 시민이 만드는 명품도시를 이야기하고 싶다. 여기서 시민은 편의상 도시계획분야 전문가와 춘천시에서 일상적인 생활을 하는 생활인으로 나누어 접근하려 한다. 먼저 전문가에 대한 이야기에서 시작하는데, 그것은 아무래도 공간의 틀을 만들고 만들어진 공간에서 생활하는 생활인이 순차적인 관계를 형성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각자 나름대로 공부한 전문적 배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하나의 공간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를 수 있다. 의견은 다양할수록 좋은 것인데, 우리는 이러한 다양한 의견을 받아 논의하기보다는 장애물로 치부하기 일쑤여서 더 나은 계획, 혹은 공간 만들기 기회를 놓치게 된다. 안타깝지만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러나 저명한 도시학자 케빈 린치가 미국의 도시민이 생각한 도시공간이 길, 주변부, 구역, 결절점, 랜드마크의 다섯 가지 구성요소로 형성된다고 제시한 것에는 누구나 동의할 것으로 생각한다. 시민들이 도시공간의 이미지로 제시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전문가의 도시 만들기에는 이 요소들이 분명하게 반영돼야 한다. 이 요소가 도시공간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는 랜드마크의 결여가 스트레스를 주는 요소의 하나가 되고 있다는 점만 봐도 분명하다. 스트레스는 도시민에게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게 하고, 최종적으로는 스트레스로 유발되는 질환에 걸리게 만든다. 사람들이 만성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되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나 바이러스 감염 질환을 더 자
주, 그리고 더 심하게 겪게 되고, 백신 효과도 덜 나타나 상처의 치유를 더디게 된다. 전문가들이 도시공간을 정말 잘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문가는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 최선의 도시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한편, 도시공간에서 일상생활을 하는 생활인은 그 도시공간을 실질적으로 운용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도시공간에서 어떻게 행동하는가가 그 도시공간을 명품으로 만들고, 앞서 언급한 스트레스가 없는 공간으로 만드는데 관건이 된다. 도시공간을 명품으로 만드는 생활인의 기본자세는 배려와 관심일 터인데, 씨족사회를 한참 벗어난 현대에서 관심은 불필요한 오해와 마찰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회에서 어른의 존재가 사라지게 된 이유다.

관심은 그렇다쳐도 배려는 오해와 마찰의 소지가 적어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배려는 일단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라고 요구하지 않는 것에서 출발한다. 작은 예를 들면, 우회전하는 차량은 앞에 선 차에게 양보하라고 경적을 울리지 않는 것이고, 앞에 선 차는 편법이기는 하지만 우회전 차량이 빠져 나갈 수 있게 왼쪽으로 조금 이동해 정차하는 배려가 필요하다. 차도에서 회전신호만 항시 작동시켜도 도시공간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한결 줄어들고, 기분 좋은 공간이 돼 명품도시라는 라벨을 붙일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아무튼 분명한 것은 물리적 구조는 조금 모자라더라도 생활인의 공간 이용행태가 명품도시를 만드는 주역이라는 점이다.

박봉우 (강원대 명예교수·숲과문화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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