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김치가 맛있게 익어갈 때부터 이듬해 봄까지 우리 집 저녁 메뉴는 하루가 멀다 하고 만둣국이었다.

만두를 빚는 건 일도 아니었지만 손에 벌건 김치 물 들여가며 다지고 짜는 일은 서로 안 하려고 버텨보지만, 어느새 떨어지는 아버지의 불호령에 커다란 양재기 가득 담겨져 나오는 김치 옆으로 슬금슬금 모여든다. 늘 그런 풍경이지만 다지는 건 늘 엄마 몫이고, 너무 꽉 짜면 질겨지고 덜 짜면 질척거려 그 중간의 접점을 찾아내 짜는 건 늘 아버지 몫이었다.

다지려고 김치대가리를 잘라놓으면 너나 할 것 없이 손이 먼저 가 속고갱이 하나씩은 뜯어 먹어야 했고, 만두소 용 돼지고기는 꼭 볶아서 넣어달라고 엄마에게 협박 같은 부탁도 빼놓지 않는다. 그래야 만두를 빚을 때 슬쩍슬쩍 집어 먹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만두소가 만들어지고 양념이 다 끝나갈 즈음 엄마가 아닌 아버지가 툭툭 털어 넣어 맛을 극대화시키는 게 있었다. 요즘 흔히 말하는 마법가루, 바로 라면스프다. 어릴 적 내 엄마는 그렇게 만두소를 준비했었다.

만두피는 국수를 밀어 주전자 뚜껑으로 찍어내기도 하고, 때로는 새알심을 빚어 하나하나 밀기도 했지만, 이제는 마트에 가면 만두피는 물론 고기만두, 김치만두, 야채만두 등 1년 내내 취향대로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이 됐다.

깔끔하고 시원한 맛을 내기 위해 김치가 아닌 배추를 절여 따로 양념한 만두소에 한우사골과 잡뼈를 10시간 이상 푹 고아 뽀얀 빛깔을 자랑하는, 구수하면서도 담백한 육수로 맛을 낸 화동 손만두국.

올해 벌써 11년째라는 부부의 무뚝뚝함이 화려하진 않아도 묵묵히 가족을 위해 맛있는 먹거리를 준비하던 엄마의 마음처럼 느껴지는 건 맛에 반해서일지도….

1년간 숙성시킨 양념장으로 간을 하는 동태탕은 언제 먹어도 변함없는 맛을 자랑한다. 이밖에도 장칼국수, 녹두전, 볶음탕도 빼놓을 수 없는 이집의 추천 메뉴.

화동손칼국수
춘천시 춘천로 205-1 033-251-4819
1인분 6천원

김남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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