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기도

                                                   마종기


하느님, 추워하며 살게 하소서
이불이 얇은 자의 시린 마음을
잊지 않게 하시고
돌아갈 수 있는 몇 평의 방을
고마워하게 하소서
겨울에 살게 하소서
여름의 열기 후에 낙엽으로 날리는
한정 없는 미련을 잠재우시고
쌓인 눈 속에 편히 잠들 수 있는
당신의 긴 뜻을 알게 하소서

한 해가 가고 또 한 해가 왔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여전히 배고프고, 여전히 겨울은 춥다.

‘이불이 얇은 자의 시린 마음’을 잊지 않는 겨울이었으면 좋겠다. 자발적 가난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한 해였으면 좋겠다. 보일러 온도를 낮춰야겠다.

정현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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