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해목

                                                 정호승


천년 바람 사이로
고요히
폭설이 내릴 때
내가 폭설을 너무 힘껏 껴안아
내 팔이 뚝뚝 부러졌을 뿐
부러져도 그대로 아름다울 뿐
아직
단 한 번도 폭설에게
상처받은 적 없다

                                  - 《밥값》(창비, 2010)
 

이제 곧 함박눈이 함박함박 내리겠지요. 방죽처럼 서 있던 겨울나무들 드문드문 잔가지가 눈에 부러지기도 하겠지요. 지난해도 저는 스스로 쳐놓은 허방 속에서 밥값은 해야겠다고 아등바등 거렸지요. 스스로 만든 방책 속에서 사람들은 사랑과 미움 속에서 상처를 내고 보듬고 하면서 그렇게 한 해가 지나갔지요.

시인은 설해목을 보면서 이리 고백합니다. “내가 폭설을 너무 힘껏 껴안아/ 내 팔이 뚝뚝 부러졌을 뿐”이라고. “부러져도 그대로 아름다울 뿐”이라고. “아직/ 단 한 번도 폭설에게/ 상처받은 적 없다”고.

역설이지요. 그런데 사랑이 그런 것이겠다 싶습니다. 사랑으로 내 몸이 부러져도 그대로 아름다운 것. ‘그런 것이 사랑이겠다. 어쩌면 우린 사랑에게(으로) 상처받은 적은 없는 것이겠다. 역설 중에서도 사랑만한 역설이 어디 있겠나’ 싶은 그런 것.

누군가를 정말로 애틋하게 사랑하고 있다면, 그래요 당신이 바로 설해목이겠습니다.

박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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