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모퉁이

                                                                 아폴리네르


불상한 늙은이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리고 있다, 일 시켜 줄 사장 하나 없나.
그들은 기다리며 몸을 떤다, 호주머니에 두 손을 넣고.
그들은 서로 말을 나누지 않는다, 알지도 못하는 사이기에.
이따금 그 가운데 하나가 구시렁댄다, 씨팔 하느님 제발,
아주 낮게.
삯마차가 인도에 바싹 붙어 지나가며, 그들에게 흙탕을 끼얹고
외투를 걸친 행인들이 그들을 보지도 않고 밀치고
비가 자주 그들의 뼛속까지 젖어들고
그들은 저고리 깃을 세우고 등을 조금 더 구부리고
이런 씨팔 하느님 이런 씨팔 중얼거리며 기침을 한다.
그날까지 저럴 것이다, 자선병원에서
“성한 데가 없구나” 탄식하며 남은 생명을 검은 가래로
뱉어내는 그날까지,
그들은 아마도 아픈 아이처럼 울고
죽어 가며 중얼거리겠지 : 거기 가면 하느님이 일을 시켜주나?

                                                                - 아폴리네르<사랑받지 못한 사내의 노래>
                                                                     (황현산 역, 민음사, 2016.)
 

인력시장은 세상 어디에나 있나보다. 비단 우리만의 풍경은 아니다. 세상의 어느 모퉁이에는 이런 사람들이 일을 기다리고, 또 이들을 기다리는 가족이 있다.

눈비가 오지 않아도, 바람이 불지 않아도 이들은 이미 뼛속까지 젖어 있다. 이들이 지치면 근로의욕마저 잃고 노숙자로 살아간다.

그러다가 프랑스에서는 자선병원에서 마지막을 보내는 것이다. 이게 초창기 자본주의 모습이다. 100년이 넘어도 이 모습은 바뀌지 않았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퉁이에 이들은 꼭 있다.

하늘 가서도 일을 해서 자신의 생의 목적을 찾고, 가족을 보살피길 기원하는 이들이 꼭 있다.

죽어서까지도 일에 매여 사는 이들, 자본주의가 각인한 삶의 목적은 이다지도 가혹하다. 그들이 누구겠는가! 당신이나 나 아니겠는가!

한승태(시인)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