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평소 고기를 즐기지 않는 나에게 고기 회식은 늘 불편하다. 약속을 정하고 장소를 통보 받고 도착한 곳은 동면 장학리에 위치한 ‘소담채’. 일단 주차장이 넓어서 푸근하고 편하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한 상 가득 차려진 밑반찬들. 정갈한 상차림에 일단 눈이 호강한다. 한정식집인가? 호기심이 발동할 쯤 눈에 띈 발갛게 달아오른 숯불. 숯을 잘 모르는 나도 한 눈에 알아보는 좋은 참숯이다. 빛깔이 좋은 돼지갈비 한 덩이를 곱게 펴 숯불 위에 얹고 고기가 익기를 기다리며 반찬 맛을 보기 시작한다. 샐러드, 김치, 나물, 각종 젓갈 무침, 현지에서 공수 받아 직접 담근 장아찌. 10가지가 넘는 반찬들은 윤지영 대표의 손맛을 그대로 전한다. 굴 무침을 두 번이나 비우고 잘 익은 고기를 먹기 좋게 잘라 아무 것도 찍지 않고 그대로 입에 넣으니 사르르 녹는다. 짜지도 달지도 않으면서 혀끝을 간질이는 감칠맛. 맛의 비결은 설탕과 캐러멜이 아닌 과일 숙성이다. 과일을 듬뿍 넣어 숙성시키기 때문에 한 번에 많은 양을 미리 재워둘 수도 없단다.

1994년 석사동에서 처음 음식점을 시작했다는 윤지영 대표. 지금 자리로 이전해 같은 이름으로 한정식집을 운영했다. 손맛이 입소문을 타며 맛집으로 한창 운영이 잘 되던 때 김영란법 시행으로 매출이 바닥을 쳤다. 음식점을 운영해 온 22년만에 찾아온 최악의 경기였다. 고심 끝에 저렴한 가격으로 가족모임 등 접근이 쉬운 고깃집으로 종목을 변경하고 제2의 전성기를 꿈꾸고 있다.

윤 대표는 “그때 버릇을 아직 못 고쳐 매일 아침 직접 장을 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고 말한다. 맛있게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손님들을 생각하며 밑반찬을 직접 만드는 윤 대표의 정성이 음식 하나하나에 양념처럼 배어있다.

주메뉴는 돼지갈비와 묘산흑돼지 구이지만, 점심메뉴로는 적정한 가격(8천원)에 사골과 양지로 국물을 낸 한우곰탕이 제격이다.

소담채
춘천로 480(장학리 노루목저수지 건너편) 033-241-1600

김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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