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게이트라고 하는 전대미문의 사건은 한국사회를 처음부터 다시 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동안 올림픽이다, 월드컵이다, 한류다 하면서 대한민국이 일궈낸 여러 가지 성취에 취해왔던 국민들의 자부심을 이번 사건은 아프게 허물어뜨려버렸다. ‘이게 나라냐’는 통탄이 바다를 이루었다. 박-최 게이트의 전모가 분명해지면 해질수록 대한민국은 그간 성취한 여러 가지 업적에도 불구하고 사회 깊숙이 숨겨두었던 전근대적 왕조사회의 면모를 뚜렷이 드러내 보였다.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할 자리만 필요했을 뿐 더는 아무 것도 하기 싫어한 대통령을 통해 아버지가 지어놓은 왕궁에서 법 위에 군림하고자 했던 여왕의 모습을 국민들은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이 왕을 권력으로 혼미하게 만든 비선 실세 최순실은 대통령을 법 위에 세운 결과를 이용해 말 그대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가련하게도 대한민국이라는 공화국과 그 국민은 이들 왕족의 존재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채, 묵묵히 자신들의 일터에서 대한민국의 더 나은 앞날을 위해 맡은 바 소임을 다 했다.

공화국과 왕조사회의 공존. 지금 공화국의 국회에서 대통령을 탄해 소추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거짓말로 버티기를 하는 대통령의 행태는 이런 구도로 접근하지 않으면 도무지 이해할 길이 없다. 왕조사회와 공존하지 않았던 공화국 미국에서는 워터게이트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닉슨 대통령이 1974년 하원 사법위원회의 탄핵소추 결의만 보고도 하원과 상원의 전원회의 표결은 보지 않은 채 사임을 했다.

왕이라고 스스로 생각하지 않았다면 국회의원 2/3가 찬성하고 국민의 80%에 이르는 수가 찬성하는 탄핵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스스로 헌법을 초월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내 백성이 될 수 있는 자격을 감히 부여하려하지 않았을 것이다. 초등학생도 알고 있듯이 공화국의 주인은 국민이다. 왕이 소유해서 백성에게 주었다 뺏을 수 있는 신민권과 달리 공화국의 주권은 대통령에게도 한 표, 춘천시민 누구에게도 한 표가 부여되어 있다.

불행하게도 대한민국에서는 이런 주권론은 아직 이론적으로만 존재해왔다. 이번 박-최 게이트가 확인해주었다. 더 불행한 일은 왕조사회의 특혜와 특권이 왕족 몇 명에게만이 아니라 그들의 지위를 인정하고 영생을 도우는 몇몇 자본가들에게도 일부분 분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법을 위반해도 ‘경제’라는 미명하에 언제든지 사면되고, 이들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 필요하다면 규정을 무시해가며 국민의 고혈이라 할 연금도 덜컥 주어진다.

이제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나서야 한다. 그렇게 열망해마지 않는 선진 대한민국, 일류 대한민국을 위해서 지금까지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과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해 온 국민들이 실상에 맞서야 한다. 배고픔을 움켜쥐고 일하며 공부해 온 그 근면성을 발휘하여 기필코 대한민국을 이름과 실재가 동일한 민주공화국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 길만이 정체되어 있는 대한민국의 살림도 한 단계 더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 수 있다. 국민들이 서로가 서로를 믿고 한국사회를 무한 자부할 수 있도록 원칙과 정의가 살아 숨 쉬게 할 때만이 대한민국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 여러 가지 과학적 지식이 확고히 뒷받침하고 있는 이야기다.

이번 설 연휴동안에는 오손도손 가족들이 모여 대한민국 국민의 위대함을 자부하면서 더 한발 앞서가는 대한민국을 진지하게 함께 논의해보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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