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재미삼아, 혹은 자신에게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일지 떠올려보는 의미로 ‘무인도에 가게 될 경우 꼭 가져갈 세 가지는?’ 식의 질문에 맞닥뜨려 본 적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이 질문 앞에 서면 무한의 고독이 바람처럼 떠도는 무인도에서 혼자서도 씩씩하게 ‘존재’하기 위해 꼭 가져가야 할 것이 무엇일지 사뭇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만약 이 질문을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꼭 가져야 할 평생의 습관이 있다면?’하고 바꾸어 묻는다면 무어라 답할까? 다름을 인정하는 유연한 사고의 바탕 위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굳건히 가지면서도 공공의 선(善)을 지향하고, 부당한 권위에 주눅 들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당당할 수 있도록 내면의 힘을 단단하게 키워주는 삶의 습관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춘천지역의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2012년에 시작해 5년 동안 진행해 온 ‘춘천 청소년독서아카데미’에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이 있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 좋은 사회를 만들어 가는 중요한 바탕에는 책 읽는 시민이 있고, 그러한 시민으로 성장해 갈 수 있는 단초는 청소년기의 독서경험이 주효하리라는 것과 스스로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어 자신감 있는 삶을 살아가도록 하는 힘의 원천 역시 독서에 있음을 믿기에 이 행사는 지난 5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지속될 수 있었다.

연 4회부터 6회까지 강연이 열린 횟수는 해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었지만, 매년 4월경 시작해 11월까지 청소년 독서아카데미를 진행해 왔다. 학교별로 독서동아리 학생들이 강연에서 만나게 될 저자의 책을 미리 읽고 강연에 참가하며 저자의 강연을 들은 후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다. 휴일인 토요일에 쉬고 싶거나 놀고 싶은, 혹은 다른 일정으로부터의 유혹을 뿌리치며 강연장에 모였을 수백 명의 학생들을 보는 일은 언제나 놀랍다. 창밖엔 찬란한 햇빛이 쏟아지고 산들거리는 바람은 마음을 자꾸 밖으로 이끌 법도 한데 실내의 강연장에 하나둘씩 모여들어 눈빛을 반짝이며 강연을 듣는 아이들의 모습은 언제 봐도 사랑스럽다.

청소년 독서아카데미 4년차였던 2015년에는 18개의 중·고등학교가 참가했는데 2016년에는 24개 학교로 참여 학교 수가 늘어나고 학교별 참가 희망자가 700여명에 육박할 정도여서 강연장소의 최대 수용인원인 500여명으로 인원수를 조정해야 했다. 이런 성격과 규모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독서아카데미는 전국적으로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이 행사가 가능한 이유는 평소에 학교별로 독서동아리를 지도해주시고, 사전 독서활동이 이루어지도록 독서지도를 해 주시며, 매번 강연장에 학생들을 인솔해 오시는 지도교사들이 함께 하기 때문이다.

물론 참가학생 중에는 열심히 책 읽고 강연을 듣는 학생도 있지만 졸거나 휴대폰 게임에 빠져있는 학생들도 눈에 띈다. 대상이 중1부터 고2까지라 이해의 정도에 차이가 많은 학생들이 섞여 있어 강연의 수준을 정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행사 지원금이 한정돼 있어 사전 독서를 위해 저자의 책을 학교에 많이 보내주지 못 하는 점은 늘 아쉬운 문제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믿는다. 학생들이 청소년기에 하는 이러한 경험들이 앞으로 그들의 삶을 어떻게 일으켜 세우고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힘이 되어 줄지를….

이것이 우리가 청소년 독서아카데미를 5년간 진행해 온 이유이고 앞으로도 지속해야 할 이유다. 6년차를 맞이한 2017년엔 지금까지의 공과 실을 살펴 새로우면서도 더욱 내실 있는 청소년 독서아카데미로 거듭날 것이다.

임영옥 (춘천여고 교사)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