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 못된 사람들이 하천에 독극물을 풀거나, 폐수를 방류하거나, 오염물질이 하천에 흘러들어가거나, 아니면 극도로 악화된 수질오염 때문이기도 하다. 물고기 몇 마리만 죽어서 둥둥 떠다녀도 언론에 오르내리고 난리가 나는 요즘이다.

자연환경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사람들의 활동이 원인이 되는 죽음이 아니라 자연적 현상으로 수많은 물고기들이 한꺼번에 죽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현상이 ‘윈터킬’과 ‘썸머킬’인데, 모두 물속에 녹아있는 용존산소 부족으로 생기는 자연현상이다. 먼저 윈터킬은 당연히 겨울에 일어난다. 유입수가 거의 없는 얕고 조그만 연못이나 호수에 얼음이 두껍게 얼면 공기 중의 산소가 물속으로 전혀 녹아들어가지 못한다. 설상가상으로 폭설까지 내려 눈에 덮여 버리면 빛마저 차단되고 만다. 약간의 빛만 통한다면 물속에 사는 수초나 식물플랑크톤이 광합성을 함으로써 산소를 공급할 수 있겠지만, 그마저 할 수가 없다. 물고기나 많은 생물들의 호흡에 의해 물속의 산소가 점차 소비되면서 결국은 산소가 완전히 고갈돼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만다.

여름철 산소 부족으로 공기를 마시고 있는 물고기

윈터킬은 북아메리카의 북부지방과 같이 춥고, 눈이 많고, 겨울이 긴 지방에서 겨울의 끝자락에 주로 일어나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환경에서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하천의 표면이 얼음으로 뒤덮여 있다 해도 얼음 밑으로는 물이 흐르고 얼음의 갈라진 틈새나 돌 틈 사이로 얼마든지 산소가 녹아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하천은 아예 해당이 되지 않는다. 호수의 경우에는 크고 작은 유입수를 통해 산소가 공급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의 겨울은 그렇게 춥지도, 길지도 않다. 호수가 얼어 공기를 차단하는 기간이 짧다는 것이다. 다만 양어장과 같이 밀집사육을 하고 유입수가 없이 얼음이 두껍게 얼어있을 경우 윈터킬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지만, 양어장이야 적절한 관리가 이루어지므로 걱정할 사항은 아니다.

썸머킬 역시 수심이 얕은 작은 호수나 연못 등에서 일어나는데, 한 여름의 폭염에 의해 수온 상승과 함께 물속의 용존산소량이 감소하면서 물고기들이 폐사하는 것이다. 물속에 녹아들어가는 산소의 양은 수온이 낮을수록 많고 수온이 높을수록 감소한다. 우리나라에서 봄과 여름에 일어나는 물고기 떼죽음의 30~40%가 용존산소의 결핍과 관련이 있을 만큼 흔히 일어나는 현상이다.

 

 

 

송호복 (사단법인 한국민물고기생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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