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상담실 공감’ 정영미 소장

“나의 꿈은 다방 마담”이라면서 “혹 29점 나오는 노래방 점수 때문에 안 되는 거 아니냐”고 처음 만난 상대방을 완전 무장해제 시켜버리는 그녀. 아주 작은 상담실 ‘공감’의 정영미(53) 소장을 그녀의 아주 작은 상담실에서 만났다.

정영미 소장과 마주 앉았다. 그녀가 타준 유자차는 따뜻하고 달았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크고 작은 피규어와 공예품들이 눈에 들어온다. 햇살이 참 따스하게 비치는 방이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방이다.

“제가 상담하는 분들은 일반적인 분들 빼면 된다고 생각하시면 되요. 미혼모, 학대받는 노인들, 가정폭력 아이들…. 생각하면 정말 가슴 아픈 사람들이죠.”

정 소장은 결혼하고 나서 대학에 들어갔고, 아들들이 청소년기에 접어들 무렵 대학원에 진학해 상담심리를 전공했다. 지금은 한림대학원에서 생사학(生死學)을 공부하고 있다. 그녀가 상담하는 이들처럼 그녀의 인생궤도 또한 평범하지는 않다. 한창 공부 중이라는 생사학이 어떤 분야의 학문일지 궁금했다


“죽음에 대한 공부죠.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법? 좋은 죽음이려면 좋은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결론에 이르게 돼요. 학대받는 노인들을 상담하다 보면 그분들은 ‘내가 죄가 많아 그렇지’라며 자신의 모진 삶을 부정하죠. 그런 분들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한 번 살아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게 할까’라는 건방진 생각으로 생사학이라는 분야를 공부하기 시작했죠.”

그녀의 상담소는 2011년 우두동에 문을 열어 7년간 그곳에서 사람들과 부대꼈다. 그리고 작년에 퇴계동으로 옮겼다. 지역아동센터나 미혼모 시설, 노인보호기관 등의 협력기관으로 등록하고 기관을 다니며 부모교육, 상담 등을 한다. 4살 아이부터 80대 노인까지 도움을 청하는 이들과 상담을 하면서 정 소장은 “상담은 곧 삶”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해하고, 공감한다. 그들과 보폭을 맞추는 것이다.

“상담은 특별한 사람이 하는 건 아니라고 봐요. 살다 보니 상담자는 도처에 널려있어요. 저도 상담실을 운영하기 전에 3년 정도 상담을 받았어요. 상담을 하다보면 전이가 일어나기 때문에 건강한 상담을 하기 위해 상담을 받은 거죠. 제가 상담을 받을 때는 정말 좋을 때도 있지만 오히려 상담자로부터 상처받을 때도 있었어요. 그 상처를 주변의 지인과 이야기하면서 도움을 받았죠. 그 지인은 상담사가 아니에요. 그냥 저의 멘토죠.”

그녀가 좋아하는 말은 ‘상향 평준화’란다. 하향 평준화에 익숙한 문화에서 살고 있지만 반대로 상향 평준화가 이뤄지면 좋겠다고 한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위에서 평준화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상담자가 있는지 물었다.

“이 직업은 재밌어요. 좋아지면 헤어져요.”

우문현답이다

“6년째 상담을 진행 중인 아이가 있어요. 제가 상담실을 열기 전에는 서울로 놀이치료를 다니다가 저를 만났죠. 왕따, 부적응 등 모든 문제의 복합체였죠. 그런데 그 아이를 지금 보면 아주 뿌듯해요.”

상처받고 고통 받는 이들이 지금보다 더 행복한 내일이 있었으면, 또한 상담자들이 자신을 잊어버릴 만큼 잘 살고 있다면 정말 좋겠다고, 그럴 수 있기를 기도한다고 한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유자차가 바닥을 보인다. 물을 더 넣어 마셨다. 그러나 왠지 자리를 뜨기 싫다. 나의 이야기와 내 주변의 이야기가 술술 풀려 버린다. 커피 한 잔을 더 부탁했다. 정 소장은 다방 이름을 ‘길위에서’라고 지을 거란다. 오며 가며 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차 한 잔 나눌 수 있는 공간. 언젠가는 그 안에서 사람들을 무장해제 시켜버릴 그녀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그녀가 마담으로 있는 다방에 단골 하나 추가요~!

김정운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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