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교육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한다는 선배를 만났다. 수입에 비해 과도한 교육비 지출로 인해 힘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자신은 노후대비 재테크로 생각하고 앞으로도 투자를 줄일 생각은 없다고 한다. 우리 세대에도 이렇게 순수하고 순진한 부모가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청소년을 자녀로 둔 부모님들 대부분은 아마도 자녀에게 노후를 의지하고자 하는 순진한 기대는 하지 않으리라 믿는다. 그러기에는 우리 자녀들이 맞이할 미래가 그리 낙관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도 단군 이래 최고 스펙으로 무장한 청년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양질의 일자리를 놓고 서로 경쟁하고 있다.

정부의 무능함이 더해져 대한민국의 청년실업이 심각한 상태지만, 이는 선진국에서도 큰 골칫거리다. 재작년 영국을 갔을 때 제로아워(Zero-hour) 계약이라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일이 있다. 우리말로 호출 노동자라고 할 수 있는데, 5분 대기조 형식의 고용계약을 말하는 것으로 집에서 기다리다가 고용주의 전화를 받고 일거리가 있을 때만 가서 일하는 형식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중국에서 일자리를 얻기 위해 중국어 학원에 다니는 대학생이 늘어나는 것도 보았다.

우리나라에 많이 보도되지는 않았지만 지난 미국대선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중요한 화두였다. 힐러리가 최저임금 대폭인상을 약속하자 패스트푸드 업주들은 최저임금이 오르면 소위 맥잡(Mc Job)으로 대표되는 저임금 일자리를 모두 자동화시설로 대체해 버리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일자리에 있어 미래를 지배하는 키워드는 ‘노동 유연성’이고 계약직, 비정규직, 파견노동과 간접고용노동처럼 아버지 세대에는 들어본 적 없는 여러 형태의 일자리들이 앞으로 노동시장에 뛰어들, 그리고 지금 뛰어들기 시작한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한 술 더 떠 이제는 인공지능과의 경쟁이 현실화되고 있다. 구글의 알파고로 대표되는 인공지능은 딥러닝이라는 새로운 알고리즘을 적용해 이전의 인공지능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실제로 우리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제 조만간 번역이 아닌 단순한 통역은 모두 인공지능이 대체할 것이며, 논문이나 신문기사 작성도 기계가 할 것이다. 이건 불투명한 예상이 아니라 이미 현실로 보이고 있는 일들이다. 지금 우리의 자녀들이 활동할 20년 후에는 아마도 인류역사 상 처음으로 기계와 경쟁하는 세대가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여전히 우리 아이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국영수 위주의 공부를 시키며 사교육에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앞으로는 국영수도 기계가 훨씬 잘한 텐데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 자녀들을 어떻게 키우는 것이 좋을까? 물론 정답은 없다. 하지만 교육에 있어서 몇 가지 원칙은 정할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기계가 갖지 못하는 능력을 더욱 키워야 한다. 단순 지식으로 시험문제만 잘 푸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전체적으로 이해하고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판단력, 창의성, 인간을 이해하는 따뜻한 감수성,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주체적으로 살 수 있는 능력 등등.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금과는 다르게 모든 것을 개인의 문제로 바라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로 이해하고, 이를 통해 다른 사람과 연대하고 참여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시민성을 갖게 하는 것. 지금 나열한 것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공무원과 교사가 꿈이고, 색다른 꿈이라고 해봐야 연예인이 거의 전부인 우리나라 교육환경에서는 절대로 쉽게 길러지는 것들이 아니다. 자녀들을 위해 부모님들의 혜안과 용기가 필요하다!

이원영 (춘천시청소년수련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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