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에 치과를 내원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학교생활이 바쁜 탓에 통증을 참는 경우도 있고, 소아와는 달리 스스로 구강위생에 신경 쓸 수 있는 나이라 생각해서 보호자의 관심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치과에 내원하는 청소년의 대부분은 의외로 불량한 구강위생 상태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충치는 신경에 가까울 정도로 깊게 진행될 때까지는 큰 증상이 없어, 찬물에 닿아 시리거나 씹을 때 아프거나 혹은 가만히 있어도 욱신거려 내원하면 이미 상당히 진행돼 있기 일쑤다. 학업에 바빠서 치료받는 것을 미루다 통증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치과에 방문하면 레진 아말감 등 단순히 때우는 치료로는 해결이 안 될 정도로 크고 깊은 충치가 있다는 나쁜 소식을 듣게 된다. 아이가 스스로 칫솔질을 잘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또는 아이의 구강위생에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았던 보호자는 갑작스럽게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에 당황해 아이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그러게 칫솔질을 잘 하라고 했잖아”라며 잔소리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가 소아시절에서부터 치아 여기저기 충치치료를 받았던 경험이 있다면 구강관리를 온전히 아이에게만 맡기기에는 무리가 있다. 3세 이후 칫솔질을 시작한 아이가 어린 시절부터 치과치료를 시작했다는 것은 곧 칫솔질 습관이나 방법 등의 기본적인 치아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학업에 대한 과도한 스트레스와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 음식에 노출되는 식습관의 불균형, 틈틈이 먹는 간식 등 구강건강을 해치는 환경에 둘러싸여 있는 아이가 혼자서 입 안 건강을 책임지기에는 역부족이다. 특히 여학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외모나 건강에 관심을 두지 않는 남학생의 경우에는 전반적인 위생관리에도 소홀하기 쉬우므로 보호자의 특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만약 앞니 바깥쪽에 상당한 깊이의 충치가 생겼다면 어금니쪽에도 여러 개의 충치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치아가 고르지 못해 칫솔질이 어려운 경우를 제외한다면 앞니는 어금니에 비해 칫솔질이 수월한 편이고 충치가 생겼을 때 발견하기도 쉬운 부위이기 때문에 증상이 생길 때까지 앞니에 충치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구강위생에 대한 무관심을 반영하는 일종의 증거가 될 수 있다.

막 맹출(萌出)한 영구치에 충치치료를 받은 경우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미 충치치료를 받은 치아 부위에 다시 충치가 진행되거나, 깊은 충치의 경우 치료가 완료된 후에도 지속적으로 신경에 자극을 주어 결국 치아의 신경에 돌이킬 수 없는 염증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얼마 전 치과에 내원한 한 여학생도 어릴 때 영구치 앞니 쪽에 때우는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케이스다. 잠자리에 들 때 이따금씩 통증이 생겨 치과를 찾은 것이었다. 통증이나 불편감이 크지 않고 연령상 치아 뿌리 끝이 아직 미완성이라 신경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이전에 때운 재료를 제거한 후 신경을 안정시키는 약을 넣어 기다려봤지만 결국 신경치료와 씌우는 치료까지 한 후에야 통증이 사라졌다. 그러나 얼마 뒤 이번에는 어금니쪽이 시리다는 증상으로 내원했다. 결국 어린 시절 받았던 충치치료의 대부분을 제거하고 때우는 치료보다 치아 삭제가 더 많은 끼워 넣는 보철치료(인레이)를 한 후에야 치료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청소년기 아이들의 생활과 식습관에 대해 조금만 생각해보면 아이의 구강건강 상태가 오롯이 아이 책임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식후 3분 이내에 하루 3번 칫솔질’이라는 어디선가 한 번쯤 들었을 법한 문구 이외에 칫솔질을 하는 방법이나 칫솔 이외의 구강관리 용품에 대해 학교에서조차 교육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최소한 1년에 2번 정도는 치과에 방문해 정기검진을 받게 하고 아이의 칫솔질 방법과 습관을 확인하는 것이 청소년기 아이를 둔 보호자가 해야 하는 최소한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김민정 (알프스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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