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 교사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자연과 농사를 사랑하고 개량한복에 등산화를 즐겨 신으며 덥수룩한 수염에 까무잡잡하게 그을린 얼굴을 한 사람들을 상상할 수 있을까? 아니면 일반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한 문제아들을 성직자 못지않은 희생정신으로 보살피는 사람들을 생각할까? 이 글을 쓰는 나는 이 두 가지 유형에 전형적으로 들어맞는 사람 같지는 않다. 사실 대안학교 교사라고 해서 전형적으로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저마다 다양한 개성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다만 저마다 나름 열악한 환경에서 이 세상의 교육적 진보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공통분모는 있다.

학생들과 함께 프로젝트수업 주제를 정하기 전에 교사들과 흥미롭고 연구하고 싶은 분야에 대해 토론을 나눈다. 수업을 실행하면서도 학생들보다 두 배 세  배 많은 시간 공부하는데 노력을 쏟는다.

대안학교 교사들은 어떤 사람들일까?’라는 질문에 대답하려니 막상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질문을 조금 바꿔 ‘대안학교 교사를 해서 좋은 것이 무엇인가?’ ‘대안학교 교사를 해오면서 얻은 것이 무엇인가?’라고 물어본다면 답을 내리기가 좀 수월할 것 같다.

처음 춘천전인학교에 왔을 때 좋았던 점은 무엇보다 내가 하고 싶은 교육을 마음껏 구현해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정말 이 점에 있어서는 원하는 수업을 교사가 구현할 역량이 있느냐에 대한 문제 외에는 그 어떤 걸림돌도 없다. 그 어떤 권위나 행정적 제제도 없이 그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교육이 있다면 그것을 마음껏 구현하고 실험해 볼 수 있는 것이었다.

이 엄청난 자유로움에 힘입어 초임교사 시절에는 무조건 새롭고 독특한 교육방법론에 대해 무척 고민했었다. 즉 ‘어떻게’ 가르칠까에 대한 고민의 나날들이었다. 그 ‘어떻게’에 대한 고민의 정점으로 열다섯 명 가량의 아이들과 야생에서 무려 3~4주간 캠핑을 하기도 했었다. 그뿐만 아니다. 통나무집이나 태양광발전기 만들기 등 교육방법의 최전선에서 만들어 볼 수 있는 것은 거의 다 만들어봤으며, 학교 주변과 전국 방방곡곡 탐방하고 싶은 곳은 거침없이 내달리고, 실험해보고 싶은 것은 여지없이 실험해보았다.

그렇다면 그런 시간들을 보내며 얻은 것은 무엇일까? 물론 엄청난 시행착오와 실수들을 겪기도 했지만, 교육에 대한 고민이나 관점이 크게 변했다. 그 결과 교사로서 내가 얻은 것이라면 더 이상 ‘어떻게’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어떻게’를 고민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독특하고 새로운 교육방법론에 대한 모색이 대안교육의 본질이 아님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짧은 7년의 시간이지만 내가 진정으로 얻은 한 가지가 있다면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공부하는 사람’에 가깝다는 것이다. 교사의 본질은 목에 핏대를 세우고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심장에 뜨거운 학구열을 품고 사는 학자이자 구도자에 가깝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공부를 시킬까’를 고민한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공부하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결국 아이들은 이를 통해 공부하지 않으려는 어른의 모습을 모방할 뿐이다.

공부하지 않는 자는 가르칠 자격이 없다. 자신은 공부하려 하지 않고 남을 가르칠 수 없다. 이것이 내가 대안학교에서 지난 6년 동안 배운 단 한 가지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면 지금 현재 공부하고 있는 삶을 살아라. 이것이 내가 깨닫게 된 대안학교 교사로서의 삶이다. 참 단순한 해답이다. 하지만 과연 이 쉬운 이야기를 지킬 수 있는 교사들은 얼마나 있을까?

대안학교의 교사들은 박봉과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의 눈빛은 절대 가난하지 않다. 어쩌면 그들은 영원히 세상과 타협하지 못하는 삐딱하고 미숙한 사춘기 철부지들일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절대 식지 않는 뜨거운 심장과 말갛고 고운 눈빛을 간직한 채 끝없는 공부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학생들과 함께 프로젝트수업 주제를 정하기 전에 교사들과 흥미롭고 연구하고 싶은 분야에 대해 토론을 나눈다. 수업을 실행하면서도 학생들보다 두 배 세 배 많은 시간 공부하는데 노력을 쏟는다.

홍지훈 (춘천전인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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