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1월 21일 보물 제77호로 지정된 소양로 ‘춘천칠층석탑’은 고려시대에 세워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탑의 형태는 2중 기단 위에 7층의 탑신이 놓인 구조다. 조선 인조 때 이곳의 현감이었던 유정립이 인조반정으로 파직당하고 낙향해 이 탑 부근에 집을 세우려고 터를 닦다가 ‘충원사(忠圓寺)’라는 글이 새겨진 그릇을 발견했다. 이로 인해 이 석탑이 충원사 내에 속하였던 것이 아닐까 추측된다. 현재 봉의산에 있는 충원사와는 관계가 없다.

보물 제77호 춘천칠층석탑

그런데 2012년에 인근에 아파트를 건설하기 위해 주변을 발굴하다가 ‘천원사지(天圓址寺)’라는 명문기와가 출토돼 탑과 관련된 절의 이름에 대한 궁금증을 더하게 됐다. 문화재청 기록에는 “한국전쟁 때 심한 손상을 입어 보존 상태가 좋지 않은 데다 기단의 일부가 지하에 파묻혀 있었는데, 지난 2000년에 시행된 전면적인 보수공사로 기단부의 제 모습을 찾게 되었다”고 적혀있을 뿐 많은 부분이 알려져 있지 않다. 조성시기, 탑을 세운 사찰명, 사찰의 규모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칠층석탑은 전국적으로도 사례가 많지 않아 이 석탑을 세운 사찰의 규모가 상당했을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이와 관련해 보물제76호로 지정된 근화동 당간지주와의 연관성이 주목된다. 같은 시기의 건조물인 근화동 당간지주와 칠층석탑의 거리가 직선거리로 900m에 달해 두 건조물이 관련이 있다면 상당한 규모의 사찰이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석탑은 지금은 해체돼 볼 수가 없다. 탑에는 춘천불교청년회가 미얀마에서 옮겨온 부처님 진신사리가 2000년도 5월에 봉안됐다. 당시 불교청년회 회원이었던 강원대 사학과 홍성익 박사는 “부처님 진신사리는 미얀마 국왕이 인증한 인증서를 문화재청에 제출해 진신사리임을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탑 해체 시 사리를 회수해 춘천시 금고에 보관 중이다.

2015년 춘천시가 도로확장을 이유로 문화재청에 탑의 이전 복원을 신청했고 몇 번의 부결이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30m를 이전해 복원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지난해 연말부터 탑 해체작업을 진행해 현재는 가설 창고를 세워 보관하고 있다. 주변 발굴작업이 끝나면 올봄부터 복원에 나설 계획이다. 국가 보물까지 밀려나는 춘천시 도시정책의 현주소를 대변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다. 주변 발굴이 진행 중이라 탑을 세운 사찰명, 조성시기가 밝혀질지 주목된다.

오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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