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활사업 모토는 지역화다. 지역화는 무엇을 의미할까? 지역화는 다양한 가치를 품고 있다. 우선 지역사회가 안고 있는 과제들을 해결하는 일이나 지역공동체 회복과 활성화를 돕는 지역사회 실천을 의미한다. 또 사업적으로는 지역특성이나 장점을 살린 아이템과 지역사회 자원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 운영하는 일련의 노력들도 지역화로 볼 수 있다.

자활생산품 박람회

지역자활센터나 자활기업은 특정한 대상 및 공간에 근거를 둔 조직이다. 특정한 대상은 가난한 사람이며, 공간은 지역이다. ‘가난 해결에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어 봤는가? 아프리카 속담을 자활에다 갖다 붙인 말이지만, 참 많은 의미가 있다. 가난을 개인의 책임만으로 돌리지 않고 지역이 함께 하자는 의미이자 공동체 차원의 관심과 지원으로 해결하자는 의지다. 가난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지역에서 찾아보자는 또 하나의 의미도 있다. 지역 내에 가난 해결방법이 있을 것이라는 뜻이다. 그런 일을 지역자활센터가 담당하고 있고 자활기업 육성으로 해결해 가고 있다.

가난은 소외를 동반한다. 경제적 문제는 고립을 초래하고 소외로 이어지게 한다. 이것은 가난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최우선 과제다. 절대빈곤 문제는 국가가 책임지는 시대가 되었다. 여전히 구멍은 존재하지만 사회안전망이 우리 사회 최저선을 지키고 있다. 문제는 소외다. 최소한의 생계보장만 한다고 해서 가난이 해결될 수 없다. 우리 삶이 어찌 밥만 먹는 것으로 해결될 수 있겠는가? 자활사업이 필요한 이유다. 그들의 고립과 소외를 극복하도록 돕고 공동체 일원으로 회복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자활사업에서 자활기업으로 가는 길은 결코 순탄치 않다. 소외극복을 위해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하고 상실된 의욕을 회복시키는 일이 가장 어렵다. 그들을 무엇이라도 하게 만드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인내심과 지속적인 교육, 훈련이 필요하다. 이것이 이뤄져야 사업조직 구성도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지역사회의 지지와 협력은 중요한 자원이다. 사업기회를 만들어 주고 길을 열어주기도 한다. 생산품을 구매하고 용역기회도 만들어 준다. 도저히 적응이 안 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변화되기 시작한다. 과거에 자영업을 했던 이들도 있다. 대학까지 나와 꿈 많던 시절을 보냈던 이들도 있다. 영업을 잘 했던 경험 있는 이들도 있다.

대물림 된 가난의 질고에 짓눌려 살아온 이들도 있다. 그런 이들이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자활사업으로 잃어버린 기억과 경험을 되살리고, 의욕을 갖게 되고, 비로소 꿈을 말하기에 이른다. 이렇게 자활사업은 치유와 회복의 기능도 갖고 있다.

성공한 자활기업을 보면 일관된 특징이 있다. ‘지역화’에 충실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보자. 주거복지자활기업들은 지역마다 저소득층 주거환경개선이라는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결성,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성장했다. 돌봄자활기업들은 독거노인들을 비롯한 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하고 돌봄이 필요한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무료간병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오늘날 사회서비스 기반구축에 기여했다. 청소자활기업들은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이 담당했던 학교 화장실 청소와 관리를 맡으면서 ‘깨끗한 학교만들기 사업’ 토대를 구축했다.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세대에 무료도시락을 배달하면서 공공급식 토대를 굳건히 했던 것도 자활사업과 자활기업 몫이었다.

이런 지역과제와 상관없는 사업들도 있지만 그 핵심엔 취약계층 자활자립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 반드시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자활기업은 지역화와 지역사회실천을 토대로 출발했고 여전히 그 선상에 있다. 자활기업이 이러한 가치를 포기한다면 그 위상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 지역사회에 활짝 열린 경영을 통해 지속적으로 가난한 이웃들과 함께 할 때 자활기업은 빛이 나고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

원응호 (강원도광역자활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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