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한 번쯤 변화를 꿈꾸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어떤 사람도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일상 안에서 자기충만감을 느끼지는 못한다. 일중독이든 무기력한 게으름이든! 그래서 일탈을 꿈꾸기도 하고, 지친 자신을 위로할 수 있는 힐링을 찾아 헤맨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삶이 변하지 않는 건 내게 주어진 조건과 주변 환경 때문이라고. 만약 내가 돈이 많다면, 또는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 상처 주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면 내 삶은 지금과 달라질 텐데!

질식할 것 같이 권태로운 삶 속에서 더 이상 조건, 환경의 변화를 찾아 헤매지 않고 자기 자신의 몸과 마음을 탐구할 수 있게 되면 삶은 어떻게 변할까? 우리의 사주명리학 공부는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사주명리학이 가르쳐주는 삶의 핵심은 ‘순환운동 속에서 변화를 만들라!’는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일까? 명리학에서 존재와 시공간을 바라보는 관점은 발전·성장하는 직선이 아니라 멈추지 않는 원 운동이다. 자연과 인간의 삶을 음양오행(陰陽五行)이 끊임없이 발산하고 수렴하는 순환의 원 운동으로 파악한다. 명리학은 어느 한 지점을 목표로 삼고 그것을 달성할 때까지 달려가야 한다는 우리의 삶 인식을 돌아보게 한다.

음양오행(陰陽五行)의 원 운동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렇다. 자연의 사계절은 봄-목(木)에서 시작하여 여름-화(火)의 무성한 성장을 거친다. 이것이 오행 중 발산의 운동이다. 발산의 정점에 이르면 그 힘은 점차 줄어들면서 새로운 변화의 운동이 시작된다. 무성한 성장이 점차 소멸로 접어들며 열매를 맺는 가을-금(金), 그리고 소멸의 정점에 이르는 겨울-수(水), 즉 수렴 운동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 계절들의 변화를 매개해주는 것이 환절기-토(土)이다. 자연은 겨울까지 자신의 할 일을 다 마쳤으니 이제 끝이라고 멈추지 않는다. 수렴의 정점 안에 발산의 시작을 품고 있고, 때가 되면 다시 새롭게 봄-목(木)을 시작한다. 그리고 이때, 다시 시작하는 봄은 이 세상에 한 번도 없었던 새로운 봄이다. 자연은 이러한 순환운동을 끊임없이 하며, 매번 변화를 만들어낸다.

인간 역시 이 변화의 흐름을 따르며 살아가고 있다. 인생을 음양오행(陰陽五行)의 순환운동으로 파악하면, 봄-목(木)-소년기, 여름-화(火)-청년기, 가을-금(金)-중년기, 겨울-수(水)-노년기로 자연-삶의 계열이 구성된다. 소년, 청년기에는 삶을 시작하고 무성하게 성장하려는 기운이 왕성하고, 중년, 노년기에는 신체의 늙음을 받아들이며 그 안에서 지혜의 결실을 맺고 죽음의 순간에 이르게 된다.(그래야 한다!^^) 이 순환운동은 평생의 삶, 10년의 삶, 1년의 삶, 1달의 삶, 그리고 하루의 삶 안에서도 목-화-토-금-수의 스텝으로 나타난다.

하루하루가 별 의미 없이 똑같이 반복된다고 생각했던 사람에게 이와 같은 앎은 놀라움으로 다가온다. 하루의 목-화-토-금-수 순환운동의 스텝을 밟고, 다시 시작되는 그 다음날의 하루가 어제와 똑같은 반복이 아니라 이 세상에 단 한 번도 없었던 새로운 ‘날’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놀라움이 질문으로 이어진다. 삶을 반복으로, 권태로 바라보며 힘들어하는 것은 명리학의 관점에서 본다면 거짓말이거나 망상이 아닌가? 자연과 몸은 이미 끊임없이 순환하며 매일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데, 그것을 모르기 때문에 익숙한 편안함에만 집착하고 있는 건 아닌가? 중요한 건 ‘몰랐다’는 걸 아는 것이다.

자연, 삶, 몸, 마음의 변화를 몰랐다는 것을 아는 것! 그것만으로도 삶에 무한한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 순간, 삶은 전환된다. 똑같은 생각과 행동을 반복하던 힘없는 자에서 자기 자신을 탐구하는 삶의 연구자로!

한승희 (인문서당 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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