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지가 많은 도시. 우거진 숲속에 들어앉은 도시는 사람들로 하여금 살고 싶은 생각을 갖게 한다. 녹지는 그 다양한 환경기능으로 해서 도시를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준다.

춘천에 녹지를 늘리자고 긴급제안으로 제목을 단 것은, 일주일 전에 신문에 보도된 한 페이지 전면 기사에서 비롯된다. ‘청정 춘천의 나쁜 공기’, 춘천이 전국에서 가장 대기오염이 심하다고 했기 때문이다. 기사에서 청정 호반도시 춘천은 발암성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의 농도가 전국에서 가장 높다고 했다. 그것도 지난 4년 연속해서 1위를 기록했단다. 지난해 농도측정치를 보면, 1위인 춘천(석사동)은 4.68, 2위인 의왕(정왕동)은 3.57, 3위인 서울(서울역)은 3.20이었다. 춘천이 의왕시나 서울시보다 압도적으로 높고, 측정지역 전체 평균의 2배, 가장 낮은 임실보다 6배라 하니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국립환경과학원은 한국환경공단과 함께 전국 32개 유해대기물질측정소에서 100종이 넘는 PAHs 가운데 발암성이 높은 벤조[a]피렌 등 7종의 물질에 대한 대기 중 농도를 측정하고 있다. 벤조[a]피렌은 300도 내지 600도 사이에서 불완전연소를 통해 생성되는 물질로 디젤엔진의 배기가스, 담배연기, 탄 음식 등에서 나오며, DNA의 복제과정에서 오류를 발생시켜 암을 발생시키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춘천이 유독 PAHs의 대기 중 농도가 높은 것이 어떤 원인에 기인하는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강원대 연구팀의 조사·분석에 의하면, 미세먼지 입자에 함유된 PAHs 물질을 분석한 결과 차량배출보다는 석탄연소나 생체소각 등에 의해 더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석탄연소, 생체소각과 연계해 본다면 춘천의 숯불구이 음식점이 주요 배출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거론되는 다른 원인으로는 분지라는 지형적 특징으로 인해 대기의 확산이 쉽지 않다는 점, 북풍이나 북서풍이 불 때 농도가 높아지는 현상을 보이는 것으로 보아 북한의 석탄이나 바이오매스 소각에 의한 물질 유입에 의한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연구자들도 분명하게 발생원인, 배출원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어서 안타깝고, 원천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제시할 수 없어서 아쉽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원인을 알 수 없다고 해서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발생원 차단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데, 그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2차적인 해결책이라도 시급하게 세워야 한다.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는 2차적인 방법은 수목을 중심으로 하는 녹지의 확충이다. 녹지를 구성하는 수목은 자체적으로 유해가스를 흡수할 뿐만 아니라 잎, 가지, 줄기 등 온몸으로 대기 중의 먼지를 붙잡아준다. 도시에 나무를 심는 면적을 넓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로를 따라 조성된 녹지대는 도시 대기의 유해성분과 물질을 포획하는 도구가 될 뿐만 아니라 광합성작용을 하는 과정에 배출하는 산소와 물, 또 지표면을 피복하여 복사열을 방지함으로써 주변의 대기온도를 낮추는 기능을 한다. 주변의 대기온도보다 낮은 온도조건은 대기의 대류 현상을 촉발시켜 바람을 일게 한다. 이렇게 녹지대는 원인물질을 제거하면서 대기를 소통시키는 역할을 한다. 춘천의 분지지형에서 비롯되는 유해물질의 정체도 녹지대의 확충을 통해 분산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녹지 확충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시급히 요청되는 이 시점에도 도시공간 내의 시설녹지는 야금야금 훼손되고 있다. 석사교차로에서 시내로 향하는 곳에 있던 시설녹지는 훼손되다 못해 몇 년 전에 아예 철거돼 버렸다. 남춘천역 앞 영서로의 시설녹지도 훼손돼 가고 있지만 관계당국은 단속의 손을 놓고 있다. 한 치의 녹지라도 넓혀야 할 이 시점에도 개인의 이익을 위한 공공 녹지시설의 훼손이 자행되고 있어서 안타깝다.

박봉우(강원대 명예교수·숲과문화연구회 회장)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