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민은 종교의 영역이 아니다. 인간의 영역이다. 그것은 사치가 아니다. 우리 내면의 평화와 마음의 안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그것은 인간의 생존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 달라이 라마

2017년도 새해에 비폭력대화 워크샵에 참석했다. 나를 되돌아보는 프로세서가 있었는데, 30여 가지의 항목 중에서 ‘솔직한 자기표현하기’가 가장 안 되는 것으로 나왔다. 그 결과지를 보는 순간 갑자기 목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비폭력대화를 오래 한 강사들이 활동을 도와주실 때 내 머릿속으로 하는 생각과 판단 모든 것들은 거짓일 수도 있다. 내 몸의 반응이 항상 가장 정직하니 내 몸에 집중하라고 얘기해주었었다. 그 말씀들이 기억이 났다. 그날 이후 할 말을 못 할 때면 목이 아프다는 것을 더 강하게 느끼게 되었다. 1년 내내 목이 자주 아팠다. 그럴 때마다 솔직한 자기표현이 인간인 나에게 자연스러운 행동인데 그걸 못하고 사는 동안 내 몸도 같이 아팠던 것 같다. 지금이라도 내 몸과 연결되고 내가 자각할 수 있게 되어 기쁘고, 내 몸에 자연스러운 표현을 해서 내 몸도 돌봐주고 싶었다. 겨울 즈음 솔직한 자기표현을 조금씩 더 하게 되고 목이 아픈 순간들이 점점 적어졌다.

얼마 전 1년만에 만나는 지인들과 모임이 있었는데 내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이 말하는 목소리가 굉장히 크게 들리면서 그 시간이 괴로운 지경에 이르렀다. 말의 내용보다는 목소리의 크기에 내가 불편해한다는 걸 알았다. 그전에도 그 정도의 크기로 얘기했는데 오늘 따라 왜 그랬을까?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갑자기 또 목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 순간 딸이 이따금씩 나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엄마 오늘 목소리가 큰 거 같아.” 상대에게 직접 내용으로 말하지 않지만 나도 눈치 채지 못하면서 강하게 설득시키고 싶어 하고 무언가 자연스럽지 않고 불안할 때 내 목소리가 커지고, 목에 힘을 주고, 그래서 목이 아팠을 텐데 이제야 깨달은 거였다. 그래서 또 목이 아팠다.

무언가 표현을 했지만 자연스럽지 않은 부자연스러운 것을 했을 때 내 몸이 아프구나. 예전에 대학교 은사님이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요즘 학생들은 목소리가 큰 학생이 많은 것 같아. 나는 조용하게 말하는 걸 좋아해.” 그때 당시 나는 교수님이 유난을 떤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지금의 나는 개인의 취향이라고 생각했지만 나도 유난 떠는(?) 취향이 있었던 거다. 그런 내 취향을 알게 돼 기쁘다. 그래서 나를 조용한 곳에 많이 데리고 다니려 한다. 여러분 개인의 취향은 어떠한가?

이승옥 (비폭력대화 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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