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락

                                            정끝별


반 평도 채 못 되는 네 살갗
차라리 빨려들고만 싶던
막막한 나락

영혼에 푸른 불꽃을 불어넣던
불후의 입술
천 번을 내리치던 이 생의 벼락

헐거워지는 너의 팔 안에서
너로 가득 찬 나는 텅 빈,

허공을 키질하는
바야흐로 바람 한 자락
 

 

살면서 누군가(무언가)를 와락, 껴안았던 기억을 되살려봅니다.

와락! 하고 ‘막막한 나락’에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던

와락! 하고 ‘벼락’이 온몸을 치고 가는 것만 같던

와락! 하고 ‘바람 한 자락’이 되어버린 것 같던

그리하여 마침내 누군가(무언가)로 채워져 오히려 ‘텅 빈’ 것만 같던

아, 생애에서 가장 황홀했던,

내 몸을 덮쳤던 어떤 감(感), 어떤 순간…

그래요 그 ‘와락’을 시인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와락, 당신을 껴안으면 와락, 눈물이 쏟아지던 그 몸은 어디로 흘러가버린 걸까요? 어느새 늙어버린 것일까요? 무감각해진 몸은 이제 당신을 안아도 도무지 ‘와락!’ 하는… 벼락같은 그 감(感), 바람 같던 그 감(感), 그 텅 빈 감(感)이 좀처럼 오질 않네요. 당신은 어떤가요.

박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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