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19일 오전 춘천로데오 거리는 분주했다. 전광판 무대를 세우고, 춘천의 내노라하는 지역 가수들을 섭외하고, 대용량의 앰프와 스피커를 세웠다. 오전부터의 분주함은 오후 들어 더했다. 초등학생부터 나이 드신 어르신까지 자원봉사자로 결합된 수십의 시민들은 컵에 구멍을 내고 초를 끼우고 깔개를 나누었다. 마치 서울 광화문을 연상케 했다.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춘천 명동에서의 촛불집회는 2백명을 넘지 못했기에 한편으로는 시민들이 얼마나 나올까 하는 조마조마한 마음이 자리 잡고 있었다.

‘3천명을 넘으면 대성공이다. 그런데 3천명이 모일까?’ 솔직히 반신반의 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집행부를 비웃기라도 하듯 집회를 시작하기 전에 4천명을 넘어서기 시작했고 주최측 추산 7천명의 촛불이 로데오거리 앞을 밝혔다.

보수의 아이콘이라던 김진태 의원을 연거푸 두 번 당선시킨 춘천시민들이 아니던가. 해방 이후 단 한 번도 국회의원이나 단체장 선거에서 야당이 이겨본 적 없는 춘천에서 거대한 촛불의 불길이 타오르는 감동의 순간이었다.

12월 3일엔 1만이 넘는 춘천시민들이 하이마트 사거리 6차선을 가득 메워 촛불은 횃불이 됐다. 거침없는 춘천시민들은 눈보라치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백 명이 상경해 춘천촛불집회를 행했고, ‘김제동과 함께 하는 춘천 1만 촛불집회’는 춘천시민들의 자신감의 결정판이었다. 성우오스타 앞에서 열린 춘천촛불집회와 로데오거리 앞에서 진행된 태극기집회로 대변되는 탄핵반대집회가 동시에 진행됨으로서 전국적 조명을 받기도 했다.

온갖 욕설에 폭력행사를 서슴지 않는 그들을 헤치고 모인 1만여 명의 춘천시민들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국가는 국민에게 어떠해야 하는지를 토론하고 그들을 탓하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 우리가 어떻게 참여해야 하는지를 곱씹었다. 감동을 넘어 시민들의 참여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확인이었고 자신감이었다. 결국 박근혜는 파면 당했다. 아니 국민들과 춘천시민들의 힘으로 파면했다. 이것이 민주주의라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두 가지라고 본다. 하나는 미안함. 또 하나는 피땀으로 일궈온 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분노다. 세월호에서 희생된 아이들과 국민들, 물대포에 희생된 백남기 농민의 죽음에 대해 함께 싸워주지 못한 미안함이, 피와 죽음으로 일궈온 민주주의를 다시 유신시대로 되돌릴 수 없다는 분노가 촛불을 들게 했다고 본다.

촛불은 또한 그간 대한민국을 어둡게 짓누르고 있던 적폐들을 끄집어냈다. 재벌뿐만이 아니라 국정교과서, 사드 문제에까지 국민들이 직접 관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촛불은 대통령 탄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회를 여는 시작이다. 그 중에 춘천시민들이 보여준 촛불혁명은 대한민국의 모범이었고, 이제 춘천도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증명했다.

엄재철 (정의당 춘천시위원장)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