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 없어도 주기적 검진 필요

성인이 된 후 하루 한 번은 꼭 칫솔질을 하고 잇몸에 좋다는 약을 챙겨먹으며 구강건강에 신경 쓴다고 자부하는 A씨. 그는 어느 날 스케일링을 받기 위해 치과에 내원한다. 특별히 스케일링을 받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입에서 냄새가 나는 것 같다는 여자친구의 걱정을 무시하기는 힘들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거의 15년만에 방문한 치과라 조금 떨리기도 했지만 크게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그동안 구강 청결제(가글액)도 틈틈이 사용했고, 전문가가 아니라 확신할 수는 없지만 특별히 썩은 치아도 없는 것 같았다. 스케일링을 받으러 왔다고 하자 병원에서는 검진도 할 겸 엑스레이를 찍어보자고 했다. 스케일링을 하는데 엑스레이는 필요하지 않을 것 같았지만 이왕 치과에 왔으니 찍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자신만만했던 A씨는 자신의 예상과는 달리 어금니를 두 개나 빼야할 것 같다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진단을 받게 된다. 치아가 썩지는 않았지만 잇몸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의사는 어금니 두 개를 뽑지 않고 그냥 두면 그 앞의 작은 어금니까지도 곧 빼야할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했다. A씨는 ‘멀쩡한’ 치아를 빼야 하는 이 모든 상황들을 믿을 수 없었다. 뽑아야 한다는 이가 흔들린다고 느껴본 적도 없었다. 요즘 과잉진료를 하는 치과가 많다더니, 역시 치과는 올 곳이 못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분이 상한 A씨는 스케일링도 취소하고 병원 문을 나섰다. 놀란 가슴을 담배 한 대로 위로하고 잇몸에 좋다는 음식과 약이나 더 열심히 챙겨먹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진료를 하다 보면 A씨와 같은 환자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직장이나 육아, 가사 등의 일에 바빠 1년에 한 번 스케일링을 받을 시간조차 내지 못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다 오랜만에 방문한 치과에서 이를 뽑아야 한다는 ‘선고’를 받게 되면 과잉진료라고 치부해버리거나 그 때부터 여기저기 병원을 찾아다니기 시작한다. 하지만 방금 전 이야기에서 A씨가 가장 잘못한 일은 바로 장기간 동안 치과에 내원하지 않은 것이다. A씨가 1년에 한 번만이라도 스케일링을 위해 치과에 방문했다면 초기에 잇몸질환을 발견했을 것이고 40대가 되기도 전 어금니를 뽑아야하는 상황에 놓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실, 칫솔질을 할 때 잇몸에서 피가 난다거나 음식물이 쉽게 끼고 불쾌한 냄새가 나는 것은 잇몸질환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잇몸이 근질거린다든지 찬 음식을 먹을 때 전체적으로 시큰시큰한 느낌이 들고, 특히 질긴 음식을 먹을 때 불쾌한 통증이 느껴진다면 이미 잇몸질환이 진행 중일 가능성이 크다. A씨의 잇몸은 이미 오래 전부터 나름의 신호를 보내고 있었지만, 잇몸에 좋다고 광고하는 약을 먹거나 구강청결제를 사용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구강관리를 하고 있다고 착각한 A씨는 그 모든 신호를 무시하고 너무 늦게 치과를 방문했다. 더욱이 흡연과 스트레스는 A씨의 치주질환을 더욱 악화시켰을 것이다.

물론 잇몸약이나 구강청결제는 구강관리에 보조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A씨 치주질환의 근본적인 원인은 치아에 붙어있는 치태와 치석이고, 이 치태와 치석은 잇몸약이나 구강청결제가 아닌 스케일링이나 칫솔질 등과 같은 물리적인 방법으로만 제거될 수 있다. 따라서 하루 한 번 정도만 칫솔질을 하고 최소한의 스케일링이나 검진조차 받지 않았던 A씨가 치주질환에 노출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인 것이다. 그렇다면 A씨가 앓고 있는 치주질환의 원인과 예방법은 무엇인지 다음 시간에 알아보도록 하자.

김민정 (알프스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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