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로봇기술, 생명공학을 기반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이 이미 시작됐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현재 존재하는 대다수의 직종은 사라질 것으로 전망되며, 또한 무수히 많은 새로운 직업들이 생겨날 것이다. 지금 중학교 2학년 학생이 25살의 나이로 취업에 대해 고민할 즈음에는 4차 산업혁명이 거의 완료될 것이며,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과는 완전히 별개의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하지만 지금 교육은 미래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는가? 물론 우리 아이들의 현재의 삶을 보장해주는 것이 교육이지만, 그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의 삶을 준비하는 것 역시 교육이기도 하다. 학교는 아이들이 4차 산업혁명으로 급변하는 미래를 대비할 수 있도록 도울 의무가 있다.

대안학교에서는 노작, 목공, 퀼트와 같은 자연친화적이고 아날로그적인 수업들이 주를 이룬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대안학교, 적어도 춘천전인학교는 변화하고 있다. 과도한 경쟁중심의 현대사회가 지닌 병폐를 해소하기 위해 교육이 굳이 과거로 회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교육은 보다 적극적으로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춘천전인학교는 학생들과 함께 올 한 해 주제를 ‘We Make Energy (WE ME)’로 정했다. 우리가 미래사회를 살아감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에너지’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4차 산업혁명·첨단과학·인문철학·미디어’에 대한 수업을 진행한다.

일단 6월에는 ‘발전소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발전소 프로젝트는 대전 국가핵융합연구소, 울산 원자력발전소, 횡성 바이오매스발전소, 영월 태양광발전소 등 우리나리에 있는 여러 발전소를 3박4일 동안 탐방하는 프로젝트다. 프로젝트 수업 전후에는 통합·연계수업으로 과학수업 시간에 자전거 발전기 만들기, 화력발전기 만들기 등 수업과 전기의 원리에 대한 이론수업을 진행한다. 또한 학교 일상에서는 ‘에너지 교실’을 구성해 태양열 온풍기 만들기, 빗물받기 등의 생활 속 과학기술을 실천하는 수업을 진행한다. ‘지식·경험·일상에서의 실천’이 조화를 이루어 다차원적으로 수업의 주제를 학습해 나가는 것이다.

또한 ‘생명과학’ 수업에서는 요즘 열풍인 증강현실을 기반으로 한 ‘포켓몬고’에서 모티브를 얻어 학교 앞을 흐르는 하천 생태계를 중심으로 ‘팔미천 포켓몬고’를 진행한다. 이 수업은 기본적으로 포켓몬고와 방식이 동일하다. 팔미천 주변의 각종 동·식물을 채집하고 배양하는 과정에서 생물종에 대한 정보를 탐색해 기록하고, 전문기관과 연계해 전문가의 특강도 들으며 이에 대해 마일리지를 얻는 수업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 중등과정의 기본적인 생물학 이론과 실험수업은 물론 교과서에서 소극적으로 다뤄지는 최신 생명공학에 대한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4차 산업혁명은 과학기술적 차원에서만 대비할 수 없다. 왜냐하면 기술은 인간의 삶과 문화, 가치관과 세계관 전체를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또한 기계문명이 고도화될수록 ‘기계가 잘하는 것은 기계에게, 인간이 잘하는 것은 인간에게’, 즉 인간적인 능력을 더 발달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춘천전인학교에서는 ‘철학과 세계사, 논술, 시낭송’과 같은 인문학 수업을 진행한다.

철학과 세계사 수업에서는 세계의 역사를 움직인 동서고금의 위대한 철학자·과학자의 사상과 그의 일생, 그리고 이로 인한 세계 역사의 흐름을 배워본다. 논술수업을 통해서는 미래사회에 무엇보다 중요한 논리적 말하기와 듣기, 철학적 사고력을 키워나간다. 또한 시낭송 수업은 단순한 낭송과 암기가 아니다. 인간의 가장 고전적인 행위인 ‘낭송’을 통해 기억력, 창의력 등 인간이 지닌 가장 고난이도의 두뇌능력을 개발할 수 있다.

미디어수업을 통해서는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3D 프린터, 미디어와 방송, 애니메이션, 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에 필수적인 미디어기술 학습과 올바른 가치관 함양을 돕도록 한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을 다룬 다큐에서는 장차 자율주행자동차와 같은 첨단기술이 상용화되는 것은 물론 앞으로의 인공지능은 인간보다 소설, 음악작곡, 그림과 같은 창조적 영역에서조차 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조망을 내놓았다. 이러한 불확실성의 시대에 우리 아이들은 아무런 교육적 대비 없이 그저 입시경쟁에만 내몰려 내던져지고 있다. 교육은 보다 적극적으로 미래사회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홍지훈 (춘천전인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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