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매는 잉거스의 노래

                                                  예이츠


나 개암나무 숲으로 갔네.
머릿속에서 타는 불 있어
나뭇가지 꺾어 껍질 벗기고,
갈고리바늘에 딸기 꿰고 줄에 매달아,
흰 나방 날개 짓하고
나방 같은 별들 멀리서 반짝일 때,
나는 냇물에 그 열매를 던져
작은 은빛 송어 한 마리 낚았네.

돌아와 그걸 마룻바닥에 놓고
불을 피우러 갔지.
그런데 뭔가 마룻바닥에서 바스락거렸고,
누가 내 이름을 불렀네:
송어는 사과 꽃을 머리에 단
어렴풋이 빛나는 아씨가 되어
내 이름을 부르곤 뛰어나가
빛나는 공기 속으로 사라졌네.

우묵한 땅 솟은 땅을 헤매느라고
비록 나 늙었어도,
그녀 간 곳을 찾아내어
입 맞추고 손잡으리:
그리하여 얼룩덜룩 긴 풀 사이를 걸으며,
시간과 세월이 다 할 때까지 따리라,
달의 은빛 사과,
해의 금빛 사과들을.

                                     (예이츠, 《첫사랑》 , 정현종 옮김, 민음사, 1974/1994, 38-40면)
 

이 시를 처음 읽자마자 나에게도 영감이 왔다. 그래서 나도 선녀와 나무꾼 전설을 가지고 <달맞이 꽃>이라는 시 한 편을 쓰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아일랜드 신화에 나오는 잉거스나 선녀는 같은 의미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선녀를 잃고 평생 찌질하게 그녀를 찾아 하늘만 쳐다보는 나무꾼의 운명임을 알았다.

〈헤매는 잉거스의 노래〉는 예이츠가 평생을 사랑하고 좋은 관계도 유지했지만 결혼은 하지 못한 미모의 아일랜드 민족주의자 모드 곤(Maude Gonne)과의 운명적인 관계를 보여주는 듯한 초기시다. 아마도 그녀가 예이츠에게 잉거스일지도 모른다.

나방의 날개 짓이 별빛의 반짝임으로, 그리고 그것은 또 송어의 은빛으로 빛난다. 이제 송어는 내게 영감을 주는 아가씨로 변모하고 나의 이름을 호명하며 사라진다. 이후는 그녀의 호명에 죽는 날까지 매혹되어 헤맨다.

잉거스(Aengus)는 아일랜드 신화 속의 처녀이며 미의 神이다. 달이며 태양인 처녀다. 나도 죽는 날까지 따고야 말 것이다. “달의 은빛 사과와 태양의 금빛 사과들을.”

한승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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