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레마을 곳곳에서 김유정의 숨결 느낄 수 있어

“나의 고향은 저 강원도 산골이다. 춘천읍에서 한 이십리 가량 산을 끼고 꼬불꼬불 돌아 들어가면 내닷는 조고마한 마을이다. 앞뒤 좌우에 굵찍굵찍한 산들이 빽 둘러섯고 그 속에 묻친 안윽한 마을이다. 그 산에 묻친 모양이 마치 옴폭한 떡시루같다 하야 동명을 실레라 부른다.”(김유정, 〈오월의 산골작이〉 중에서)

먼 하늘에 먼지가 흩어지는 중이었다. 볕은 따스했고 바람은 잠든 고요한 봄 낮. 소설가 김유정의 80주기 추모식을 며칠 앞둔 한가로운 때였다. 이름도 다정한 실레마을 어귀에 들어서자 금병산 자락에 폭 안긴 김유정문학촌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올망졸망 황토로 지은 작은 집들이 이마를 맞대고 모여 있다. 노란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동백꽃이 어깨동무를 하고 손짓을 한다. 가까이 다가가니 달작지근하면서 알싸한 향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낭만누리 입구

낭만누리에 들어서니 김유정의 동백꽃을 주제로 한 우안 최영식 화가의 ‘동백꽃展’이 한창이다. 길을 따라 걷기 시작하니, 이야기 쉼터가 반긴다. 발을 담그고 수다를 떨 수 있는 공간으로 날이 풀리면 본격적으로 개장할 예정이다. 지난해 여름 입주한 다양한 체험방도 문을 열었다. 전통염색, 한복, 도자기, 민화 체험방 등 김유정의 소설 속 소재를 주제로 한 공방으로 체험방마다 김유정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됐다.

아기자기한 소품을 눈에 가득 담고 나와 바로 옆 ‘김유정이야기집’으로 향했다. 김유정의 삶과 작품세계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다양한 전시물과 영상이 마련돼 있다. 김유정기념전시관으로 들어서니 김유정문학촌 해설사가 이야기를 시작한다. 옛 일을 회상하듯 조심스레 꺼내보는 김유정의 이야기. 가만히 해설사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마치 김유정이 내 앞에 서 있는 듯하다. 여름이면 수줍은 연꽃이 얼굴을 붉히는 연못이 마당에 자리하고 있다.
그 위로 김유정 생가가 복원됐다.

김유정문학촌 전경

1908년 1월 11일 김유정이 태어난 생가는 조카 김영수 씨와 금병의숙 제자들에 의해 고증돼 복원됐다. 생가는 안방과 대청마루, 사랑방, 봉당, 부엌, 곳간으로 이뤄진 전형적인 ㅁ자 형태다. 이곳에서 김유정은 여섯 살이 되던 해까지 살았다.

(사)김유정기념사업회(이사장 전상국)는 매년 3월 김유정의 기일에 맞춰 열리는 추모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한해살이를 시작한다. 오는 29일 김유정 제80주기 추모제에는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다양한 추모행사가 열린다. 특히 이곳이 아니면 안 된다는 노란 동백꽃 헌화와 지난해 채취해 마련한 동백꽃차 헌다(獻茶)는 김유정문학촌을 다른 문학관과 차별된 특별한 공간으로 거듭나게 했다.

김유정문학촌에는 김유정의 유물이 없다. 워낙 일찍 세상을 등진 탓도 있지만, 그나마 남아 있던 유물은 그의 가까운 친구가 가지고 있다가 월북을 하는 바람에 하나도 남지 않았다. 그래서 (사)김유정기념사업회는 김유정의 소설 32편 중 12편의 배경이 된 실레마을 전체를 김유정문학촌으로 구성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복원된 김유정 생가

특히 실레이야기마을은 ‘만무방’의 노름터, ‘봄·봄’ 봉필영감의 집, ‘산골나그네’ 덕돌네 주막터, 물레방아터, ‘동백꽃’의 산기슭 등을 중심으로 김유정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또 실레마을을 감아 도는 열여섯 개의 실레이야기길을 만들어 들병이들 넘어오던 ‘눈웃음길’, ‘금병산 아기장수 전설길’, ‘산국농장 금병도원길’, 점순이가 ‘나’를 꼬시던 ‘동백숲길’ 등을 실레마을과 함께 작품지도로 완성했다.

김유정문학촌은 김유정추모제를 시작으로 매년 김유정문학제, 김유정문학상, 청소년문학축제 ‘봄·봄’, 김유정문학캠프, 김유정기억하기 전국문예작품공모, 김유정백일장, 김유정신인문학상, 소설의 고향을 찾아가는 문학기행, 실레마을 이야기잔치, 순회문학강연 등을 펼치고 있다. 오는 4월부터는 주말 상설공연도 열린다. 연극, 판소리, 또랑광대 판소리 등 모든 공연은 김유정을 주제로 한다.

(사)김유정기념사업회 권준호 사무국장은 “김유정문학촌은 관광지가 아니다. 이곳에 올 때는 김유정을 만나러 오는 마음으로 찾아 주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글 김애경 기자·사진 강두환 시민기자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