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 사는 대부분의 생물들은 몸의 생체시계 역시 계절의 변화와 아주 밀접하게 연동돼 있다. 혹독한 겨울이 지나고 서서히 해가 길어지면서 기온이 올라가는 봄이 오면 신기하게도 새들의 울음소리도 들리고 양지쪽에서는 푸릇푸릇 새싹이 돋아난다. 사람들의 마음도 예외는 아니어서 아직 먼지바람 속이지만 어디라도 훌쩍 떠나고 싶고, 얼음 풀린 호숫가를 서성이거나 산기슭에 터질듯 봉오리 진 생강나무를 바라만 봐도 마음이 흐뭇해지고 새삼스럽게 설레기도 한다.

이른 봄 황어의 산란

낮은 기온과 해의 길이와 기온의 상승은 생물의 활동에 아주 중요한 요소로서, 우리의 실생활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많은 식물들은 가을에 씨를 받아 실온에 보관한 후 이듬해 봄에 씨를 뿌리면 싹이 돋지 않는다. 반드시 바깥의 찬 곳에 보관하거나 냉장고에 일정기간 보관하는 저온처리를 해야 한다. 원예가들은 꽃피는 시기를 조절하기 위해 온도에 변화를 주고 조명을 켜 주거나 빛을 차단시키기도 한다. 양계장에서 광 조절을 하는 이유도 많은 알을 얻기 위한, 같은 이치다.

우리나라에 사는 대부분의 물고기들도 봄에 산란을 한다. 0℃ 가까이 떨어지는 찬 물속에서 긴 겨울을 보내고, 이어서 길어지는 햇살과 수온상승이 자극제가 되는 것이다. 물고기들이 알 낳을 준비를 하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 이르다. 동지가 지나고 해가 서서히 길어지면 알집이 빠르게 성숙하고, 수컷들은 암컷을 유인하거나 잘 보이기 위해 화려하게 혼인색을 나타내기도 한다.

잉어의 산란

입춘이 지나면서 동해안의 황어들은 이미 강어귀에 모여들어 알 낳을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고, 소양호의 빙어들 역시 맑은 물이 흘러드는 도랑을 찾아 이동할 것이다. 열목어들은 겨우내 쌓인 눈이나 얼음이 녹으면서 강물이 불어나면 비로소 자극을 받아 계류로 산란이동을 시작한다. 우리나라에 사는 대부분의 물고기들은 보통 4월에서 6월이 최대 산란기다.

모든 물고기가 봄에만 산란을 하는 것은 아니다. 송사리들은 봄부터 여름 내내 사란을 하고, 버들붕어도 초여름부터 여러 번에 걸쳐 알을 낳는다.

조개 속에 알을 낳는 납지리라는 물고기는 봄철 다른 납자루류들과 조개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피하기 위해 가을에 알을 낳는데, 알은 신기하게도 조개 속에서 겨우내 발생을 멈추고 이듬해 봄이 되면 다시 발생을 시작해 부화한다. 어미끼리의 경쟁도 피하고 겨울에 새끼가 깨어난다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을 감안한 산란전략일 것이다.

짐승들이나 새들이나 물고기가 새끼나 알을 낳는 시기는, 어린 새끼들이 먹이를 얼마나 쉽게 확보해 생존할 수 있느냐와 연관된 아주 중요한 문제다. 이런 면에서 봄만큼 훌륭한 계절이 어디 있을까!

송호복(사단법인 한국민물고기생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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