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북읍 619-9번지 춘천시동물보호센터에는 유기동물 53여 마리가 있다. 이 중 두 마리가 야외 견사에 있는데, 근처로 가려고 하자 “그쪽은 위험하고 피부병이 옮을 수도 있다”며 보호센터 관리자가 제지했다. 멀리서 봐도 개들의 피부가 울긋불긋 하고 괴사가 일어난 모습이 확연했고 개들은 낑낑대며 힘들어하고 있었다. 관리자는 “개들의 공격성이 심해 치료를 못한다”며 “관리자들도 근처에 잘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락사를 실시하지 않는다는 춘천시동물보호센터의 방침에 따라 이 개는 고통을 멈출 기회도 갖지 못한 채, 그렇다고 치료를 받는 것도 아닌 상태에서 우리 속에 가두어져 있었다. 주인에게 버림받은 개가 ‘보호소’라는 이름의 정부기관에 들어와 질병에 걸려도 치료를 받지도 못한 채 우리 속에 갇혀 죽을 날만 기다리는 형국이다.

이 사례는 말이 동물보호센터지 관리와 치료 등 진정한 의미의 ‘보호’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공공 동물보호체제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정기적으로 동물들을 씻기거나 건강상태를 확인하지도 않는다. 외관상 아파보이는 동물만 진료할 뿐이다. 동물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가둬두는 정도의 ‘보호’만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흰 털이 까맣게 보일 정도로 방치된 동물들의 위생관리, 부실한 예방접종, 주민등록증만 있으면 누구에게나 분양을 해주는 무원칙한 관리…. 이처럼 ‘보호’라는 말이 무색한 부실한 관리의 이면에는 체계적인 관리지침이 없다는 사실도 작용하고 있다. “정부나 도 차원에서 관리 및 운영에 대한 지침서를 주지 않아” 개별 보호소에서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개입이 시급하다. 보호센터의 동물위생·미용·건강검진·분양방법 등을 항목별로 정리해 이를 지키도록 엄격하게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유기동물 문제는 생명과 동물의 권리에 대한 낮은 시민의식이 한몫 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4가구 중 1가구 이상이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할 정도로 애완견과 함께 하는 사람들이 많으며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에 따른 동물에 대한 시민의 인식도 성장하고 있을까?

춘천 모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교내에 자주 보이는 고양이를 때려 상해를 입히고 담뱃불로 지지는 잔인한 행위를 벌이는 사례가 발생했다. 또 ‘춘천페북’이라는 커뮤니티에는 애완견 주인이 동물병원에 반려동물을 맡겼으나 병원 측에서 문을 열어 놓는 바람에 반려동물을 잃어버릴 뻔한 어처구니없는 일도 있었다.

유기동물은 의도적인 유기나 유실 등에 따라 생겨난다. 유기, 유실 모두 사람의 잘못으로 발생한다. 전국적으로 8만 마리 이상의 유기동물이 생긴 원인은 동물보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부족 탓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취재 차 방문했던 보호센터에는 주인이 ‘잃어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유기동물들이 많았다. 꼬리 염색 같은 미용을 받은 강아지, 집 안에서만 생활하다 보호소에 오자 몸을 부들부들 떠는 강아지, 내장 칩이 있는 채로 주인을 잃은 강아지 등이다. 보호소 관계자는 “유기동물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주인들의 부주의로 유기되는 강아지가 많아 더 안타깝다”고 전했다.

마하트마 간디는 “한 나라의 위대성과 그 도덕성은 동물들을 다루는 태도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 동물유기 행위가 사라지고 버려진 동물에 대한 공적 관리가 강화됨으로써 우리 사회의 잃어버린 도덕성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해야 할 때다.

채효원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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