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는 수없는 부딪힘이 있다. 교사와 아이들, 교사와 교사, 교사와 학부모 사이의 부딪힘. 그 부딪힘이 문제가 아니라 이것을 풀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대화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교사 혼자 이 모든 주체들의 이야기를 다 받아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지치기 마련이고, 특히 교사의 이야기를 학생들은 대화라기보다는 훈계로 받아들이기 쉽다. 이 부딪힘을 잘 풀어내는 활동으로 생활협약 만들기가 필요하다.

‘호반 생활협약’은 학교 구성원들이 함께 ‘인권’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관계를 맺기 위해서 해마다 갱신하고 있는 중요한 일이다.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내가 노력할 점, 서로에게 바라는 점을 이야기하는 과정이 부족하나 부드러운 소통이 일어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호반초등학교는 1-2학년, 3-4학년, 5-6학년 이렇게 발달단계와 교육과정이 연계가 있는 학년을 묶어서 ‘작은 학교’ 체제로 운영하고 있는데, 이런 작은 학교끼리 다모임 활동을 한다. 둥글게 모여 앉아 서로에게 바라는 것, 함께 학교생활을 하면서 지킬 것들을 약속으로 만든다. 교사들도 교사들이 지킬 약속을 함께 만든다. 학부모들은 사전 설문을 통해 자녀에게 지킬 것을 만든다. 3주체가 다 모여 함께 만든 협약문을 선포하는 협약식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된다. 그 이후는 이 협약대로 살아가도록 서로가 노력하는 일이 남을 뿐이다. 규칙이라고 하지 않고 협약이라 하는 것은 서로 동등하게 삶의 약속을 스스로 주체가 되어 만들기 때문이다, 이것이 인권을 바탕으로 한 협약의 정신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모두 모여 우리 학교에서 서로를 존중하는 협약을 만들어 본 소감들은 다양했다.

“서로 말을 안 해서 어색해요.”

“자꾸 딴소리 하는 친구가 있어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결론이 잘 안 나 힘이 들었어요.”

“그래도 우리가 함께 만든 생활협약이니까 잘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생활협약을 만들면서 늘 배우는 것은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놓고, 존중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것이다. 지속적인 활동과 기다림이 만들어 낸 결과일 것이다. 학교 문화는 결코 교사 혼자 일방적으로 노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이 협약을 만드는 시간만큼은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서로 평등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학교생활의 전반에 흘러야 할 기본 철학이기도 하다.

 

 

 

 

박정아 (호반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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