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실험이 있었다.

공포영화의 한 장면을 보여주면서 한 집단은 음향효과를 사용하고, 또 한 집단은 음향효과를 배제하여 관람하도록 한 것이다. 여기까지만 이야기를 해도 결과를 예상할 수 있을 테지만 결론은 음향효과를 배제한 집단에서는 공포라는 감정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도 음악치료를 공부하던 시절 간단한 실험을 통해 소논문을 제출한 적이 있다. ‘음향효과를 사용한 동화읽기가 영아들의 정서에 미치는 영향’이 주제였는데, 음향효과의 사용이 아이들에게 동화를 어떻게 기억하게 하는지 알아보려는 것이었다. 연구에 사용된 동화는 ‘개구리 이야기’로 사람들이 장난삼아 던지는 돌멩이가 개구리에겐 목숨이 달린 일이라는 내용이다.

실험집단에는 키보드를 사용해 음향효과를 설정하고, 통제집단에는 음향을 배제했지만 둘 다 그림을 보여주며 구연동화 하듯 읽는 구조를 만들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 아이들을 다시 만나 한 명씩 다른 강의실로 불러 1대1 면담을 진행했다. 우선 세숫대야에 물을 받아 개구리 인형을 담그고 돌을 던져 ‘개구리 맞히기’ 놀이를 하자고 제안했고, 다음으로는 개구리 이야기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느낌을 물었다.

이때 재미있게도 반응이 둘로 나뉘어 나타났다. 음향효과가 없던 집단의 아이들은 ‘개구리 맞히기’를 새로운 놀이로 인식하고 개구리를 맞히기 위해 열심히 참여했으나, 음향효과를 사용한 집단의 아이들은 “개구리를 죽이면 안 돼요”라며 놀이를 거부하는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 이후 이야기에 대한 느낌을 묻는 질문에도 음향효과가 배제된 그룹의 아이들은 “재미있는 이야기” 또는 “그저 그런 이야기”라고 표현한데 반해, 음향효과를 사용한 그룹의 아이들은 “슬픈 이야기”, 혹은 “무서운 이야기”라는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고 있었다. 이야기에 대한 내용기억에 있어서는 유의미한 차이는 아니었으나 음향효과를 사용한 그룹의 아이들이 더 구체적인 표현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모습이 관찰됐다. 그렇게 나는 음악에 대한 생각을 넓혔다.

음악은 감정을 건드린다. 때문에 음악으로 마음에 위로도 받고, 음악을 통해 나를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 누군가의 의도에 의해 감정이 만들어 질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작위적이라 할지라도 만들어진 감정조차 자기 안에서 생겨났으니 남의 것이라 할 수는 없다. 오히려 메마른 감정의 치유를 위해 이용해봄직도 하다. 세상에 나쁜 감정이 어디 있겠는가. 모든 감정이 다 중요하고 의미가 있는 것을.

또 하나는 감정이 기억에 관여한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가 감정의 뇌라고 불리는 ‘변연계’ 안에 포함되어 있었으니, 밤을 세워가며 달달 외운 교과서보다 행복했던 기억, 가슴 아팠던 기억처럼 감정이 섞인 기억이 더 오래갈 수밖에. 나는 지금도 셀린 디옹의 ‘The Power of Love’ 나 마로니에의 ‘칵테일 사랑‘을 들으면 스무 살 캠퍼스가 눈앞에 펼쳐진다. 그것도 삽시간에. 20대의 음악은 평생에 마법 같은 영향을 끼친다. 노인 음악치료 현장에서 사용하는 핵심 음악이 그들의 20대에 나왔던 음악이다. 그 당시의 음악을 꺼내었을 때 치료에 가장 좋은 효과를 거둔다는 연구도 있다.

많은 음악을 듣자. 우리 아이들에게도 많은 음악을 들려주자, 스스로를 관리해야 하는 어른이 되었을 때 그 음악들이 살아서 나에게 보약이 될 것이다. 그것이 슬픔과 두려움일지라도 말이다. 충분히 감정 속에 들어갈 수 있을 때 그 감정을 다룰 수 있게 된다.

영화 ‘메멘토’에서 나왔던 대사 중에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대사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기억은 사실이 아니라 해석이다.”

이진화 (음악심리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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