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농부

최근 육림고개를 찾는 일이 잦아졌다. 길지 않은 좁은 골목길에 작은 가게들이 나름의 독특한 맛과 멋으로 자리하는 곳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목적지로 정해두고 가지 않으면 지나치기 쉬운 이곳. ‘유기농’ 어쩌고 ‘농부’ 저쩌고 하는 말에 야채가게인가 하는 착각이 들지만, 문 앞에 놓여 있는 메뉴판과 작은 창안으로 들여다보이는 화사한 파스텔 톤의 테이블을 보면 음식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허나 빼꼼 문을 열고 들어서면 다시 한 번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어쩌다 농부.’

이것저것 다 해보다가 할 게 없어서 ‘어쩌다’란 말을 쓴 건가 하는 생각도 들겠지만 반어적 의미가 더 크게 다가옴을 이내 느낄 수 있다.

농부가 된 청년들이 모여 자연농 기법을 사용해 직접 농사지은 작물로 먹는 이를 생각하는 농부들의 마음까지 이어주며 따뜻한 한 끼를 내놓는다는 이곳의 철학이 곱다.

달래강된장덮밥, 버섯들깨수제비, 농부’s 산나물비빔밥, 시금치통밀파스타.

흔한 음식이지만 재료 구성은 흔하지 않다.

노지에서 자란 향 짙은 달래와 사료를 먹여 키우지 않고 자연방사해 키운 달구(닭)의 달걀, 비타민 D 등 영양소가 풍부한 양구 해안의 유기농 시래기, 청년 농부의 아버지가 정성들여 키운 철원 오대쌀, 화천의 친환경 들깨, 암 예방에도 좋은 무농약 생표고버섯과 느타리버섯, 100% 우리밀로 만든 밀가루와 통밀 등의 재료를 사용한다.

과하지 않은 찬 또한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아 담백하고 깔끔한 맛으로 한 끼 식사가 아닌 보약을 먹는 것 같다. 고운 빛을 띠는 뚜껑 있는 그릇에 담겨 나오는 음식 플레이팅도 귀하게 대접받는 손님이구나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등 어느 한 가지도 소홀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젊은 농부의 따뜻한 마음이 변하지 않고 손님에게 전달되어 오래오래 많은 이들이 건강한 음식을 맛볼 수 있기를 바래본다. 올림머리 그녀를 보낸 기념으로 고소한 버섯들깨수제비를 먹으러 가야겠다.

김남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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