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평사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 중의 하나가 구송폭포다. 갈 때마다 폭포를 배경으로 찍곤 했다. 요즘은 셀카봉을 갖고 다니며 혼자 찍지만, 예전엔 옆 사람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을 하곤 했다. 여행객들은 예나 지금이나 폭포 밑에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고, 늘 시끌벅적하다.

폭포 옆 공주굴은 두 사람 정도가 비바람을 피할 정도의 공간이다.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수많은 돌탑은 청평사에 온 연인들이 쌓은 것이리라. 청평사는 공주와 상사뱀의 슬픈 사랑 이야기로 연인들의 성지가 된 지 오래다.

평민이었던 한 청년이 공주를 사랑한 나머지 상사병을 앓다 죽었다. 뱀으로 환생한 청년이 공주를 찾아가 칭칭 감고 놓아 주지 않자, 공주는 뱀을 떼어내기 위해 갖은 의술과 주술을 동원했다. 효과가 없자 기도 영험이 좋다고 알려진 청평사로 향했다. 폭포 근처 동굴에서 하룻밤을 지낸 공주는 새벽녘 청평사 종소리를 듣고 불공을 드리고 오겠노라 뱀에게 약속했다. 공주의 간절한 청을 들어준 뱀은 청평사 앞 바위에 똬리를 틀고서 공주를 기다렸다. 기다려도 오지 않자 공주를 찾아 나선 뱀이 청평사 회전문에 들어선 순간 천둥벼락이 치면서 뱀은 그 자리에서 죽었다. 기도를 마치고 돌아온 공주는 뱀이 죽은 것을 목격하고 정성껏 묻어주었다. 공주는 청평사를 위해 불사를 시작했고, 이를 전해들은 당 태종은 금덩어리 세 개를 청평사에 보냈다.

공주를 사랑한 뱀의 이야기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상징하는데, 목숨을 건 뱀의 사랑에 감동해서인지 아름답고 애틋한 사랑 이야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견고한 절벽은 천연으로 되었고
鐵壁先天鑄
아늑한 웅덩이는 정사각형인데
銅函一矩方
새로 내린 비를 다시 보태어
更添新雨力
태화탕을 보글보글 끓여대네
因沸太和湯
예리함은 산을 뚫고 들어갈 듯하고
銳欲穿山入
요란함은 숲을 흔들어 서늘케 하는데
喧能撼樹涼
나그네가 흔히 잘못 지나가곤 하니
遊人多錯過
숲이 가려 용의 광채 보호하기 때문
叢翳護龍光


다산은 슬픈 상사뱀의 전설을 들려주는 공주굴 옆에서 <와룡담폭포>란 시를 짓는다. 물이 떨어지는 바위절벽은 강철로 주조한 듯 견고하다. 물이 떨어지면서 만든 연못은 푸르다 못해 시퍼렇다. 파란 물감을 풀어놓은 연못은 진짜 용이 살 것 같다. 연못에 용이 산다고 해서 와룡담(龍龍潭)이라고 부르고, 줄여서 용담(龍潭)이라고 한다. 다산은 와룡담으로 적었고, 이전에 이곳을 찾은 김창협과 정시한, 그리고 안석경은 용담으로 기록했다. 폭포 밑에 와룡담, 또는 용담이 있기 때문에 폭포 이름은 와룡담폭포, 또는 용담폭포다. 구송폭포 또는 구송정폭포는 와룡담폭포 아래에 있는 폭포다.

다산이 찾았을 때 마침 봄비가 내렸는지 굵어진 물줄기는 조금의 두려움과 망설임 없이 용담으로 떨어진다. 다산은 직선으로 떨어지는 물줄기가 산을 뚫을 정도로 예리하다고 보았다. 낙하한 물줄기는 물에 닿자마자 하얗게 부서지기도 하지만, 힘찬 것은 물속까지 들어갔다가 올라오면서 부글부글 끌어 오른다. 소리가 얼마나 웅장한지 청평계곡을 뒤흔든다. 장쾌한 폭포지만 환희령을 오르는 나그네는 주의하지 않으면 폭포를 볼 수 없다. 나뭇가지가 무성해지는 계절엔 잎 사이로 조금 보일 뿐이다.

환희령 정상에서 내려다보니 와룡담이 눈에 가득하다. 해맑은 아이들은 조약돌을 던지며 물수제비를 만들곤 한다. 와룡도 아이들의 장난에 적응이 됐을까. 깊은 잠에 빠져 잠잠하고, 폭포소리와 아이들의 웃음소리만 바람을 타고 올라온다.

권혁진 (강원한문고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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