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는 어금니를 두 개나 빼야 할 위기에 처한 A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잇몸에 좋은 약을 챙겨먹으며 나름대로는 치아관리에 힘써왔던 A씨의 어금니를 발치의 위기에 처하게 한 원인은 ‘치주질환’이다. 흔히 ‘풍치’나 ‘잇몸병’이라고 더 잘 알려진 이 질환은 치아를 둘러싸며 지지하고 있는 ‘치주’라는 조직에 만성적인 염증이 존재하고 있는 상태로, 이러한 염증으로 인해 치아를 단단히 지지해주어야 할 뼈가 녹아 치아가 흔들리거나 치아의 뿌리 부분이 많이 노출된 상태가 된다.

치주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 중 다수는 자신의 치아가 발치를 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뿌리가 두 개 또는 세 개인 큰 어금니들은 뼈가 상당 수준으로 녹더라도 흔들리는 정도가 크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러나 치주질환이 무서운 이유는 치주라는 잇몸 뼈를 치아들이 서로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치아가 썩거나 깨져나가는 등 치아가 원인인 경우에는 불편함의 원인이 되는 치아 하나만 치료하면 증상이 사라진다. 치료를 하지 않고 방치했을 때 최악의 경우라고 하더라도 원인 치아 하나만 빼고 이를 해 넣으면 문제가 해결된다. 그러나 잇몸병의 경우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치아들이 잇몸 뼈를 서로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한 치아의 치주가 나빠지면 그 옆의 치아도 영향을 받게 된다. 따라서 특별히 잇몸 뼈가 나쁜 부분을 방치하게 되면 도미노가 쓰러지듯 옆 치아들의 치주까지 줄줄이 나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당장 ‘식사를 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는 환자를 설득해 치아를 뽑게 하는 일에는 대단한 어려움과 그에 따른 책임이 뒤따른다. 얼마 전 한 환자가 ‘아랫니가 없어 임플란트를 하고 싶다’며 병원을 방문했다. 오른쪽 아래 큰 어금니 두 개를 모두 뽑은 상태로 그 부위에 임플란트를 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데 엑스레이를 보니 오른쪽 위 큰 어금니 부분의 치주가 상당히 좋지 않아 보였다. 치아를 둘러싼 뼈의 2/3 이상이 녹아 없어진 상태로 약간 흔들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환자는 오른쪽 아래 어금니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주로 왼쪽으로 식사를 해 왔고 따라서 맞물리는 이가 없는 오른쪽 위 어금니 쪽에는 아무런 불편함을 느끼고 있지 않는 상태였다. 게다가 위쪽 어금니는 모두 신경치료까지 되어 있어 시리거나 하는 등의 증상도 느끼지 못했다.

치과의사로서의 욕심 같아서는 위 어금니 두 개를 모두 뽑자고 설득하고 싶었지만 잇몸이 좋지 않아 오래 쓰지 못할 것이라는 설명만 덧붙이고 다른 치료를 진행했다. 환자가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상태에서는 설득도 되지 않을 뿐더러 괜한 오해를 받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한 발 물러섰다고 해서 설득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아래쪽 어금니에 계획된 임플란트를 하고 오른쪽으로도 식사를 하게 되면 환자는 분명 불편함을 느끼게 될 것이고 환자가 불편함을 호소할 때 다시 한 번 치주질환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치주질환을 치료하는 데 있어 치아를 뽑아야 할 적절한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조금 아쉬운 면이 없지는 않지만 때로는 환자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자각할 수 있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와 같이 무시무시한 치주질환의 예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칫솔질을 꼼꼼하게 하고, 필요에 따라 치간칫솔이나 치실 등의 구강 관리용품을 사용하며, 적어도 1년에 한 번씩은 스케일링과 구강검진을 받으며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다. 아무리 칫솔질을 신경 써서 하더라도 치태나 치석은 쌓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서 잇몸이 나빠지는 것은 막을 수 없다. 하지만 구강 위생관리에 신경을 쓴다면 적어도 나빠지는 속도만큼은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김민정 (알프스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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