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연습·마스게임, 청군과 백군 없어도 충분하다

운동회가 진화하고 있다. 아이들과 교사, 학부모가 함께 어우러져 다양한 놀이를 즐기는 호반초 ‘놀이 한마당’

운동회가 진화하고 있다. 아이들과 교사, 학부모가 함께 어우러져 다양한 놀이를 즐기는 호반초 ‘놀이 한마당’

보통학교, 국민학교, 초등학교로 초등교육의 명칭이 변경되는 오랜 기간 학교의 중요한 행사로 정착되어 온 운동회. 운동회에 대한 기억은 두 갈래로 갈라진다. 하나는 제식훈련, 질서 정연해야 하기에 수없이 반복되던 연습, 내빈석에 앉은 유지들의 평가, 청군과 백군으로 나뉘어 벌이던 갖가지 경쟁적 운동경기, 찬조금 등으로 대변되는 보여주기 위한 운동회 등 부정적 기억들. 또 하나는 전날 밤 밤잠을 설칠 만큼의 설렘, 학교 나무 그늘 아래서 돗자리 깔고 먹던 맛난 음식, 좌판에 가득했던 신기한 장난감이 주었던 추억과 향수, 그리고 잔치의 즐거운 기억들.

이제 많은 초등학교들은 예전의 운동회 모습에서 벗어나고 있다. 우리 학교만 예로 든다면 어른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수업시간의 많은 부분을 할애해서 하던 무용연습도 없고, 청군과 백군으로 나뉘어 우승기를 놓고 벌이던 점수경쟁도 없다. 이 모든 것을 보고 박수치고, 평가하던 내빈만을 위한 높은 단상도 물론 없다. 어른들은 내빈으로 오는 것이 아니라 함께 어우러지고, 부대끼고 즐기며, 아이들을 위해 봉사하러 온다. 운동회라는 말 대신 ‘놀이 한마당’이라 한다.

놀이 한마당은 경쟁을 넘어서 친구와 함께 하는 놀이들, 연습 없이 즐기며 총 놀이나 쓰레기를 배출하는 놀이 등이 아니라 교육적으로 고민한 놀이, 아이들의 웃음이 넘치고 승부를 내지 않아도, 1등 도장이 없어도 충분히 뛸 수 있는 달리기로 채워지고 있다. 딱지 따먹기, 물 풍선 놀이, 농구, 피구, 얼굴 그림 그리기, 학생회가 준비한 코너, 긴 줄넘기, 비눗방울 만들기, 전교생이 모두 참여하는 이어달리기, 플래시몹. 학교에서 먹는 급식과 학부모회가 진행하는 솜사탕, 떡볶이가 분위기를 더 돋운다. 참여형, 놀이형으로 바뀌고 있다. 이제 운동회는 다 같이 즐기기를 위한 한마당으로 변모해가고 있다.

아이들을 위한 운동회에서 어른들의 역할이 무엇인지 오랜 기간 고민해서 함께 만들어 가는 운동회의 결과들이 오래도록 유지되고 퍼져가길 바래본다.

박정아 (호반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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