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의 전모가 밝혀지면서 대한민국 정치지형은 큰 변화를 겪었다.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탄핵됨으로써 올해 12월로 예정됐던 대선이 앞당겨졌다. 역대 최다 후보가 나선 이번 대선에서도 각 후보들의 경쟁은 치열했다. 서로를 향한 날선 비판과 네거티브가 난무했다. 정책과 비전보다 상대방을 향한 비난에 더욱 열을 올리는 모습을 심심찮게 보았다. 정말 공정하고 건전한 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뽑고자 했던 국민들은 적잖이 실망했다.

이런 시점에서 박인제 감독의 <특별시민>이 개봉됐다. 최민식, 곽도원 등 연기력에 있어 둘째가라면 서러울 배우들의 출연이 가장 먼저 화제가 됐다. 또한 대선을 앞두고 영화와 현실이 너무도 흡사해 많은 관객들의 공감을 사기도 했다. 물론 영화제작 단계에서 감독은 이렇게 대선이 앞당겨 치러질 줄 전혀 알지 못했겠지만, 흥행의 호재였던 것은 분명하다.

<특별시민>의 주인공 변종구(최민식 분)는 항상 서울만을 사랑하고, 서울을 위해 발로 뛰는 2선의 서울시장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변종구를 참된 시장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는 야망이 넘치고 이미지 관리에 철저한 정치9단이다. 다가오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변종구는 헌정 사상 최초로 서울시장 3선에 도전하며 여당 선거전문가 심혁수(곽도원 분)와 젊은 패기로 무장한 광고 전문가 박경(심은경 분)을 영입한다. 변종구의 당선이 유력해 보이던 그때, 연이은 악재가 그에게 닥친다. 당연히 상대 후보들은 변종구에게 치열한 공세를 가한다. 사면초가에 빠진 변종구. 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사활을 건다.

<특별시민>은 현재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며 누적 관객수 1백만을 눈앞에 두고 있다. 최민식과 곽도원의 연기는 스크린을 가득 채우며 영화 진행에 무게감을 잡아준다. 세부적인 연출도 영화의 매력을 더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최민식, 곽도원, 문소리, 라미란 등 베테랑 배우들에 비해 심은경과 류혜영 두 젊은 배우의 존재감은 적었다는 것이다. 배우들의 캐릭터 설정 또한 진부함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대체로 <특별시민>에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2015년 연말에 개봉된 <내부자들>과 올해 초의 <더킹>, 그리고 <특별시민>까지 정치를 소재로 다룬 영화들이 계속해서 호평을 받고 있다. 영화 속의 장면은 현실과 너무나도 닮아있다. <특별시민>에서도 이러한 모습을 많이 찾을 수 있다. 특히 대규모의 싱크홀이 발생한 후, 구조지휘소라고 이름 붙은 텐트에서 고급 초밥을 먹다가 허겁지겁 숨기는 모습은 세월호 참사 당시 현장을 방문해 이른바 ‘라면장관’이라 빈축을 산 서남수 전 장관의 모습과 너무나도 흡사하다.

<특별시민>에서 변종구는 분명 선하지 않은 정치인이다. 또한 야당 후보자와 정치부 기자, 선대위원장, 광고전문가 등 주변 인물들도 결코 선하다고 볼 수 없다. 서민을 위한다는 후보들은 ‘그 밥에 그 나물’이고, 공정한 저널리즘을 실현해야 하는 정치부 기자는 특종에 목마른 ‘기레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선거캠프를 진두지휘하는 선대위원장은 도청부터 불법자금 조달까지 선거법은 안중에도 없는 사람이다. 젊고 신선함을 지닌 광고 전문가는 자신이 하는 일에 회의감을 느끼지만 결국 선거승리라는 목적으로 합리화해 부정한 일을 행한다.

영화 속 변종구는 ‘선거는 전쟁, 정치는 쇼!’라고 말한다. 그리고 온갖 정치공작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결국 대중은 이러한 변종구에게 계속해서 휘둘린다. 변종구뿐만 아니라 야당 후보 양진주(라미란)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현실로 돌아가 보자. 비단 영화 속 모습이 아니다. 결국 우리 앞의 정치인들도 자신의 이미지를 위해 엄청난 공을 들이고 있다. 유권자들이 스스로 고심하지 않는다면 결국 우리는 그들에게 휘둘리게 되는 것이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박경(심은경)은 변종구의 비리와 부정에 질려 캠프를 떠난다. 그런 박경에게 변종구는 현실을 보라고 이야기한다. 박경의 행동을 젊음의 치기라고 이야기하며 말이다. 그런 변종구에게 박경은 말한다. 어쩌면 감독이 가장 우리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아니었을까?

“당신들이 그렇게 하찮게 생각하는 유권자로 돌아갈 거예요. 차근차근 심판할 겁니다.”

강한결 (영화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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