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정은 그 건립연대가 정확히 언제인지 알지 못하는 건조물로 천년의 세월을 품고 있는 영서지역 최고의 정자로 알려져 있다. 고려 말~조선 초의 운곡 원척석의 시에 소양정이 나오니 적어도 600여년이 넘는 정자라고 할 수 있다.

1925년 제작된 춘천시내 지도 중 일부 1/5000 지도로 당시에는 강릉과 춘천만 제작됐다고 알려진 지도로 옛 소양정의 위치가 표시돼 있다.

문화재청 자료에는 “처음에는 이요루라고 부르던 것을 조선 순종 때 부사 윤왕국이 소양정이라 고쳐 불렀다. 원래는 지금보다 아래쪽인 소양강 남안에 있었다” 고 기록하고 있다. 아울러 “조선 선조 38년(1605) 홍수로 없어진 것을 광해군 2년(1610) 부사 윤희당이 다시 짓고, 인조 25년(1647)에는 부사 엄황이 고쳐 짓는 등 여러 차례 고쳐 지었으며, 지금 있는 건물은 한국전쟁 때 소실된 것을 1966년 다시 지은 것이다”고 기록하고 있어 지금의 소양정은 나중에 옮겨 지은 것임을 알 수 있다. 원래의 소양정은 일제강점기 사진과 김윤겸의 그림에서 위치를 파악할 수 있고 일제감정기인 1925년 제작된 지도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지도를 보면 소양정 위치는 지금의 위치와는 다른 강가에 위치하고 있다. 지도상의 위치에는 현재 자전거도로를 개설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며 얼마 전 마지막 남아있던 건물(달팽이집)이 철거됐다.

이곳이 소양정의 옛터라는 것은 2009년에 발견된 2기의 마애선정비(마애비)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춘천은 어떤 연유에서인지 마애비나 마애불이 잘 발견되지 않아 독특한 춘천의 문화양상이라는 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옛 소양정 인근에서 2009년 밝혀진 2기의 마애비와 지난해 1월 《춘천사람들》에 의해 알려진 2기의 마애비 등 4기의 마애비가 존재한다. 4기의 마애비 중 《춘천사람들》에 의해 처음 알려진 2기의 마애비는 영의정을 지낸 원춘도 관찰사 이시수와 춘천부사 김락수의 마애비로서 1786년 경 암각된 것으로 밝혀졌다.

옛 소양정 인근에 있는 마애비

춘천지역에 드문 마애비는 지역의 문화양상을 연구하는 데 상당히 중요한 자원이다. 지역의 문화재로서 귀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말이다. 이런 마애비가 위기를 맞고 있다. 인근에 자전거 도로가 개설되면서 접근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클 뿐만 아니라 공사 중에 훼손도 염려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자전거 도로를 개설하며 옛 소양정 터에 대해 추가조사가 없다는 점이다. 지표조사의 부실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분명한 지도와 사진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옛 소양정 터는 자전거도로 개설 지표조사보고서에서 빠져 있다. 당연히 추가조사나 발굴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얼마나 소중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조차 알려지지 않은 귀한 문화재를 보는 인식이 이 정도라는 데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천년의 세월을 품고 있다는 상징성으로 강원도 문화재자료 제1호로 지정된 소양정과 흔적조차 기록되지 않고 문화재로도 지정되지 않은 4기의 마애비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자전거도로 개설로 이런 중요한 문화재가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할까 우려스럽다.

오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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