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연주를 하다 보면 크게 4가지 유형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첫 번째, 유난히 자기 개인적인 역할이나 특성을 찾지 못하고 타인의 리듬과 선율에 일치시키며 의존적인 성향을 띄는 사람. 두 번째, 음악의 다양한 요소들을 통제하려는 사람. 세 번째, 본인의 음악적 방향이나 선호를 강조하는 사람. 마지막으로 타인의 음악을 충분히 인식하며 함께 연주하고 상호작용을 하는 사람.

어디 합주할 때뿐이겠는가? 어떤 조직에서건 위와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을 발견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자기 생각보다 사회적인 기준이나 타인의 시선이 우선인 사람들이 그 첫 번째 유형이고, 보도블록의 선을 밟지 않는다거나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숫자를 세는 등 강박적이거나 업무처리에서 자기만의 규칙으로 움직이려는 사람들이 두 번째 유형일 것이며, 작은 경험도 부풀려 이야기하는 사람이나 자기 과시가 많은 사람들이 세 번째 유형일 것이다. 그리고 타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서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도 우리 곁에 있다.

마치 프로이트가 인간의 발달과정을 설명한 ‘구강기-항문기-남근기-생식기’의 단계를 풀어놓은 것처럼 가지런하다. 오로지 보호자에게 의존해야만 생존이 가능한 구강기는 입을 통해 모든 호기심과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시기다. 항문기에 들어서면서 배변활동은 해소감과 만족감을 가져오는데, 이때 양육자의 태도가 너무 엄격하면 성인이 되어서도 강박적인 성향을 발달시키게 된다. 이후 나타나는 남근기는 6-7세 남아에게서 흔히 보이는데, 생식기에 자꾸 손을 대며 노는 시기다. 그렇게 해결되지 못한 욕구는 과장이 심한 허풍쟁이로 성장시킬 가능성을 만든다. 각 발달단계의 과업을 건강하게 마친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책임감은 타인에 대한 민감한 인식과 더불어 자신의 견해에 대한 적절한 제시를 가능케 하는 상호작용으로 나타난다고 프로이트는 보았다.

물론 절대적이지 않다. 다만 마음의 이치를 깨우치려 노력한 많은 심리학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마음을 이해하는 도구로서 이론을 바탕에 놓아볼 뿐이다. 프로이트 이론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시대도 지나가고 있지만 인간의 발달단계를 가만히 들여다 볼 때, 시기마다 적절히 성취되지 못한 과업이 남긴 흔적은 누구에게나 쉽게 발견된다.

≪미움 받을 용기≫가 베스트셀러로 등극한 이후 ‘아들러 열풍’이 일면서 과거에 집착하는 시간보다 현재에서 답을 찾기 위한 노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문제의 원인을 과거에서 찾으려는 노력을 마치 변명과 합리화의 과정으로 이해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나 또한 프로이트 이론보다 아들러의 이론에 동의하는 측면이 많지만, 과거의 ‘나’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작업 없이 현재의 ‘나’를 오롯이 바라보기란 쉽지 않다. 인간의 발달에도 단계가 있듯이 내가 성장하고 치유되는 과정에도 단계가 있다고 믿는다.

과거를 관찰하자. 지금의 상태를 판단하고 평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해’하기 위해서. 상대방을 이해하지 않고 어찌 사랑할 수 있으며 자신을 이해하지 않고 어찌 행복과 성공을 말할 수 있겠는가. 모든 실현은 자기이해에서 출발한다.
 

이진화 (음악심리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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