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1965~)의 작업은 해골, 알약, 종교와 과학 등 인간들이 가장 불안해하면서도 피해갈 수 없는 불가피한 과정, 그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든다.

가정환경의 어려움 속에서 시체 공시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그는 시체와 각종 시약들과 밀접한 관계를 갖게 되고, 삶과 죽음의 의미에 고민을 하게 된다. 미술대학 시절 버려진 창고를 수리해 전시를 기획했던 그는 미술전시는 어떤 곳에서도, 어떤 형식으로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실천한 진취적인 마인드를 갖춘 현대미술가로 발전하게 된다. 후에 소더비 경매소를 통해 134점이 약 2천억원에 팔리는, 피카소를 앞지르는 역사상 최고의 신기록을 세우기도 한다. 그의 작품은 ‘1천년’이라는 작품에서부터 시작됐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YBA(찰스 사치가 후원하는 영국의 작가 그룹)의 일원이었던 데미안 허스트는 1991년 ‘프리즈’라는 영국의 전시회에서 소머리와 파리, 그리고 알을 까고 나온 구더기와 전기살충기 등을 설치해 소머리에서 알을 까고 나온 구더기가 파리가 되었으나 살충기에 의해 죽음을 당하는 죽음과 삶의 생사과정을 담은 작품 ‘A Thousand Years’를 전시한다. 이 작품을 본 프란시스 베이컨과 예술계의 큰 손인 사치의 눈에 들어오게 되었고, 이때 데미안 허스트를 비롯해 YBA의 동료 작가들도 높은 평가를 받게 되었다.

우리는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에 지옥과 천국에 대한 이야기가 수천, 수만 개며, 죽음에 대해 두려워한다. 살아있는 인간에게 있어 죽음이라는 것은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 제목과 같이 ‘절대적인 물리적 불가해의 영역’인 것이다.

새로이 태어난 구더기들이 소머리를 먹고 자라나 살충기에 본능적인 죽음을 당하는 ‘1천년’이라는 작품을 보면 이 작품이 암시하는 결과는 항상 같다. 탄생 그리고 삶과 죽음. 인간은 세상의 모든 것을 정복했다. 그 높은 산도 정복했고, 전 우주에 대한 신비도 풀어나가고 있으며 수십만 배의 배율을 가진 현미경으로 바라본 미생물까지. 하지만 죽음이라는 것은 우리가 절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형이상학적, 형이하학적 범위를 넘어선 것이기 때문에 이토록 두려워하는 것이 아닐까?

살아있는 사람이 생각하는 죽음이란 우리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 자체가 불가하다. 과연 우리는 포름알데히드 용액에 절여진, 더 이상 부패하지도 존재하지도 않는 이 존재들을 어떻게 바라봐야만 하고, 살아있을 때의 온전한 모습과 죽어있을 때의 온전한 시체의 차이를 무엇으로 구분해야 할까?

데미안 허스트는 삶과 죽음을 작업한다.

 

이구하 (화가)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