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고 시인 중 한 분으로 꼽히는 정지용(1902~1950)의 대표작이 바로 <유리창 1>이다. 1·2로 된 연작시다.

‘거울’은 반사시키는 물체지만 ‘유리창’은 빛을 투과시키는 물체다. 죽은 자식을 ‘유리창’ 너머 그리워 쓴 작품이라는데, 시인에게 ‘산(山)새처럼 날아’간 것이 꼭 자식뿐이겠는가?

흐린 입김이 서린 유리창을 통해보면 날개를 파닥거리는 길. 새까만 밤에 물먹은 별. 자꾸 읽어볼수록 “시는 이렇게 써야 한다”는 말이 생각나는 명시. 시어 하나하나가 결 고운 시각적 이미지로 연상되는 한 폭의 그림.

이쯤 되면 시는 반사체, 투과체에 이어 마음을 빨아들이는 흡수체가 된다. 그의 <유리창 2>는 더욱 더 내면의 맑은 투과성을 보여주니 읽어보시기를.

허문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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