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동 ‘지브로’

선택을 앞둔 상황에서 사람들은 때때로 지나치게 많은 생각을 한다. 큰 결정뿐만 아니라 사소한 일들까지, 하다못해 메뉴 하나를 고를 때조차 우리는 고민한다. 그러나 의외로 좋은 선택은 단순한 생각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옥천동 길가. 춘천미술관으로 향하는 길목에 ‘지브로’라는 작은 식당이 있다. 마치 카페처럼 깔끔하게 꾸며진 이곳에 들어서면 “식사, 하셨습니까?”라는 네온사인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2인 식탁 두 자리와 4인 식탁 하나, 그리고 3인이 앉을 수 있는 기다란 테이블이 전부인 아담한 식당이다. 메뉴도 간단하다. ‘제육왕덮밥’과 ‘수육면’ 두 개뿐이다.

분주히 음식을 만들고 내오는 두 명의 청년. 이곳은 올 초에 문을 열었다. 식재료 소분사업을 준비하다 아예 식당을 차리기로 결정한 두 사람은 식당 메뉴를 준비하면서 전국을 여행했다고 한다. 제주도에서 먹은 수육면이 좋았다던 그들은 그대로 수육면을 메뉴에 넣었다. 그냥 좋아서 그랬다는 말을 듣고 나니, 나 역시 별다른 생각 없이 수육면을 주문하게 된다. 맑은 국물에 통통한 면발이다. 제주도 수육면의 구수함과는 다른 깔끔한 국물 맛이다.

‘지브로’에는 독특하게도 세트메뉴가 있다. 세트로 주문을 하면 리코타 샐러드와 후식으로 음료가 제공된다. 리코타 샐러드는 수육면이나 제육왕덮밥이랑 의외로 잘 어울린다. 후식으로 나오는 페퍼민트차가 상큼하다.

곧 새 메뉴로 우렁된장비빔밥이 나온다고 한다. 생각이 많은 날에는 ‘지브로’를 가보는 게 어떨까? 좋은 선택은 생각보다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지브로’의 두 남자가 그랬던 것처럼, 그저 마냥 좋아서 선택하는 것. 그런 경쾌한 생각에 전염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지브로
강원 춘천시 서부대성로 67
254-1124

구윤민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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