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차 접어든 칠전동 마을공동체 ‘드름지기’

# 야~ 야~ 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에 나이가 있나요~ 마음은 하나요 느낌도 하나요~ 그대만이 정말 내 사랑인데~

아이들의 우쿨렐레 연주에 대한 답가로 어르신이 열창을 하고 자연스럽게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아이들이 덩실 춤을 춘다. 차려진 음식을 보니 여느 칠순잔치에서 흔히 보던 풍경이다. 햇볕 내리쬐던 4월 29일, 칠전동 경로당에서 음식을 나눠먹고 윷놀이도 즐겼다.

# 칠전동 마을탐방. 조달청에 근무하는 ‘불량아빠’가 청사 곳곳을 안내해주며 조달청이 하는 일을 설명해 준다. 지난겨울엔 어른들과 아이들이 이곳에 모여 경사로에 눈길을 내고 썰매를 탔다. 광산김씨 고택과 700백년 된 문인석이 있다는 김정의 묘로 걸음은 이어진다. 이곳도 종친회장이라는 분이 손수 와서 설명을 한다. 아이들은 그곳에서 잡은 도마뱀을 더 오래 기억할 터다. 그날이 지난달 25일.

칠전동에 있는 광성군 김정의 재실(齋室)인 모술재(慕述齋) 앞에서.

두 행사는 칠전동 마을공동체 ‘드름지기’가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 마을로 향해가는 첫 여정이었다. 2014년 신남초의 뜻 맞는 학부모들이 모여 ‘함께’ ‘아이들을 행복하게’ 키워 보자며 결성한 ‘드름지기’가 어느 덧 4년차를 맞았다.

곁불 쬐는 사람처럼 처음엔 ‘과연 잘 될까?’ 하는 걱정으로 참여에 미온적이었는데, 지금의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뭔 이런 멋진 모임이 다 있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학교 중심의 활동에서 마을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은 없을까 고민하다 올해 처음으로 도교육청에서 시행하는 ‘온마을학교’에 지원하고 선정돼 마을로 가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드름지기’는 2주에 한 번씩 학교 도서관이나 교실에 모여 아이들을 위해, 마을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 회의를 한다. 이때 반디놀이터도 함께 열린다. 밤늦도록 운동장에서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뛰어노는 것인데, 술래잡기도 하고 고무줄도 하고, 전래놀이도 배운다. 요즘엔 자원봉사자가 와서 아이들이 연극놀이를 즐기고 있다. 방학 땐 학교도서관을 대신해 가정도서관을 연다. 순번을 정해 아이들이 모여 책을 읽도록 집을 개방하면 되는 일.

학교 텃밭에선 딸기, 고추, 상추, 목화, 토마토가 자란다. 아이들과 함께 심고 가꾼 채소가 익으면 누구든 따먹을 수 있다. 북콘서트나 어울림축제 등의 학교행사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금요일마다 책읽기 봉사를 한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수요일마다 노인복지시설에 가서 책을 읽어주고.

쓰다 보니 ‘드름지기’의 진짜 모습이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다는 결핍을 느낀다. 그러니까 사람에 관한 것들이다. 교사멤버인 ‘그사랑♡’은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갔음에도 계속해서 회의에 참여하고 행사를 같이 한다. ‘포근이’는 학교가 내어줄 수 있는 도움에 대해서 계속 고민한다. 마을공동체에 대해 처음 제안한 이도 교사인 ‘포근이’였다. ‘토끼’와 ‘써니’는 아파트 동대표가 됐다. 이들이 결코 정치에 야망 있는 것은 아니고 우리 운동을 마을로 확대하는 방법에 대해 탐색하다 기꺼이 한 몸 희생한 거라고 할까. 시간 될 때 모여 노란 리본을 만드는 이, 집에 좋은 게 있으면 나누어 주려고 몸살 난 이, 바쁜 사람 대신해서 아이 보겠다는 이….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가끔씩 싸워서 끼리끼리 놀기도 하고, 삐쳐서 탈퇴자도 나오고 그래야 진정한 모임이라 할 수 있지 않나? 밴드에는 하루에도 몇 건씩 소식과 제안이 올라오고 자주 얼굴 맞대고 회의하는데 멤버들 간에 불협화음이 이는 것을 지금껏 보지 못했다. 가히 설명할 길 없이 아름다운 멤버의 조합이다.

마을을 거닐다 마주치는 아이들을 더 많이 알게 됐다. 그 아이들이 어느 집 자식인지 알고 그 아이들은 내가 누구 아빠인지 안다. 그래서 우리는 인사한다. 간혹 싸우는 아이들에게 스스럼없이 참견할 수 있게 되었고 그런 나를 아이들은 경계하지 않는다. 엄마에게 전화해야 한다고 핸드폰을 빌려달라는 모르는 아이도 만난다. 결국 공동체 운동이란 함께 사는 사람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이 아닐까. 잘 연결돼 있는 사람의 아픔은 그냥 지나치지 못할 것이다. 그게 연대다.

실은 올 초 개봉한 내 영화 ‘다른 길이 있다’도 연대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 글이 칠전동 마을공동체 ‘드름지기’에 대한 자랑글로 읽힐 수 있겠지만, 실은 우리가 사는 세상이 조금 더! 잘! 따뜻하게! 연결됐으면 하는 바람이 전부다. 사람과 사람이, 마을과 마을이.

다가오는 16일(금) 오후 3~5시, 신남초 본관 앞에서 ‘드름지기’ 온마을학교 나눔장터가 열릴 예정이다. 모두 놀러 오시라.

‘드름지기’ 회원 ‘검은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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