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차별’은 낯설지 않은 단어다. 차별은 평등한 지위의 집단을 자의적 기준으로 재단한 다음, 불평등한 대우를 해 특정집단을 사회에서 격리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성, 인종, 학력 등 다양한 형태의 차별은 여전히 우리 사회의 음지에 존재한다. 문제는 차별은 혐오를 동반한다는 것이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많은 사람들은 다시 미국에 인종차별의 흐름이 거세지지 않을까 우려했다. 트럼프가 후보 시절 무슬림의 입국을 막는 법안과 멕시코와 미국 국경 사이에 거대한 장벽을 세우겠다고 공약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직후 미국 각지에서 유색인종 혐오범죄가 일어났다. 지난 2월 LA에 사는 한인 할머니가 백인 여성의 공격을 받는 일이 일어났고, 3월에는 캔자스에서 백인 남성이 인도인에게 “내 나라에서 나가라”며 총격을 가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1명이 사망, 1명이 부상을 입었다.

그리고 올해 2월 할리우드에서 ‘겟 아웃’이란 영화가 개봉됐다. 저예산 영화로 제작됐지만, 제작비의 50배가 넘는 흥행을 기록한 이 영화는 로튼 토마토(Rotten Tomatoes: 썩은 토마토)라는 비평가 위주의 평점을 매기는 사이트에서 신선도 99%를 받는 등 흥행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그리고 대한민국에서도 5월 17일에 개봉됐다. 5월 24일 기준으로 겟 아웃은 120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에서도 흥행을 예고했다.

겟 아웃은 흑인남성 크리스(다니엘 칼루야)가 백인 여자친구 로즈(앨리슨 윌리암스)의 집에 초대를 받아 벌어지는 일을 그려냈다. 크리스는 로즈의 부모님이 자신이 흑인이란 것에 놀라지 않을까 걱정한다. 로즈는 그런 크리스를 진정시킨다. 우연히 흑인인 정원사 월터(마르쿠스 헨더슨)와 가정부 조지나(베티 가브리엘)를 만난 크리스는 그들에게 친근감을 보이지만, 그는 순간적으로 이질감을 느낀다.

겟 아웃은 대놓고 주제가 인종차별이란 것을 드러낸다. 로즈의 집에 도착한 이튿날 파티에서 많은 백인들이 크리스에게 지대한 관심을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크리스 개인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흑인’ 크리스에 대한 관심이다. 타이거 우즈에 대해 물어보고, 성적인 이야기를 하며 그를 당황시킨다. 백인들의 수많은 질문은 모두 흑인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들은 흑인의 운동능력과 신체의 우월함 등을 강조하며 흑인을 사람이 아닌 다른 존재로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현재 인종차별은 범지구적으로 심각한 문제다. 앞서 언급했듯이 트럼프는 입국금지 행정명령을 시행했다. 물론 연방법원에서 제동을 걸었지만, 트럼프는 아직도 무슬림을 적대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럽 곳곳에서도 극우정당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들은 메르켈의 난민정책에 대해 날선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대한민국의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무슬림에 대한 혐오 글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적지 않은 지자체에서 무슬림에 대한 주민들의 거센 거부감 때문에 할랄타운 조성계획이 무산됐다. 무슬림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보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무슬림뿐 아니다. 이미 많은 대중매체에서 조선족은 사기꾼, 범죄자의 이미지로 그려지고 있다. 겟 아웃의 모습을 단순히 영화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혐오는 단순한 혐오에서 끝나지 않는다. 전 세계 어딘가에서 지금도 각종 혐오범죄가 발생한다. 미국에서 벌어진 각종 총기난사부터 맨체스터 폭탄테러까지 서로에 대한 혐오는 점점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모든 사람은 혐오범죄의 피해자나 가해자가 될 수 있다. 이 비극의 종지부를 끊지 않는 한 결국 우리는 또 다시 제2, 제3의 히틀러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차별과 혐오로 인해 영화가 현실이 된다면 그건 더 큰 비극일 테니 말이다.

 

강한결 (영화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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