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건설과 계약 의혹투성이…계약체결 후 한 치도 진전 없어
문화재 발굴, 여전히 ‘진행 중’…도종환 문체부장관, “꼼꼼히 챙겨보겠다”

지난 4월 14일 대림건설과 본 계약 체결 후 착공 가능성을 내비쳤던 레고랜드사업이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레고랜드 진입 교량 진출입부 공사현장 원경. 레고랜드 테마파크는 발굴이 모두 끝난 후 복토작업까지 마쳐야 기반시설공사가 가능하고 기반시설공사 후 테마파크 착공이 가능하다는 게 강원도 레고랜드 시설담당자의 말이다. 

2013년 10월 멀린사와 본 계약 체결 후 강원도와 엘엘개발이 세 번의 착공식과 수차례에 걸친 정상추진 의지를 밝힌 끝에 드디어 새로운 시행사를 내세웠지만 이번에도 역시 아무런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어 이를 둘러싸고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과연 강원도와 엘엘개발이 누차에 걸쳐 공언한 대로 레고랜드사업은 정상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해 지난 13일 KBS가 멀린사의 직접투자 가능성을 보도했고, 며칠 뒤인 16일에는 뉴시스도 강원도의 말을 빌려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그러나 멀린사의 직접투자는 이사회 결정사항이라 투자가능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정상적인 조속한 착공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은 좀처럼 식지 않을 분위기다. 왜 그럴까?

대림과의 계약, ‘의혹투성이’

우선 대림건설과 체결했다는 책임준공 약속부터 의혹투성이기 때문이다. 강원도와 엘엘개발은 대림산업과 본 계약을 체결하면서 5월 중 착공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아직도 착공과 관련된 어떤 절차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

대림과 맺은 계약은 대림이 1천500억원의 책임준공을 확약하는 조건으로 착공 후 6개월 이후부터 2개월마다 공사비를 지급받는 조건으로 발표됐다. 그러나 대림과의 계약방식이 1천500억원이 아니라 코스트앤피(Cost & Fee) 방식이며, 실제 공사비가 얼마인지 모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코스트앤피 방식은 건설공사에서 공사비 외에 따로 이윤을 보장해 주는 제도로, 이런 공사방식은 단가의 적용문제와 이윤을 얼마나 보장해줄지의 불확실성 때문에 적용을 공사발주측에서는 꺼리는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더 큰 문제는 공사단가의 적용주체가 누구냐다. 단가 적용주체에 따라 이윤의 적용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엘엘개발과 대림산업의 계약서가 이 방식을 적용했을 경우 계약 공사비는 1천500억원이라지만 실제 공사비는 얼마가 될지 알 수 없다는 우려가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대림이 착공을 미루는 이유가 단가협의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말까지 돌며 의혹이 더욱 커지는 형국이다. 현재 대림은 착공에 필요한 현장사무소 건설 등의 절차도 진행하고 있지 않아 언제 착공할지 불투명한 상태다.

이에 따라 대림의 공사 착공이 실제로 어려운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대림과의 공사계약에 문제가 없다면 나올 수 없는 이야기다. 대림과의 계약을 둘러싸고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도와 엘엘개발이 밝힌 대로라면 대림이 착공을 미룰 이유가 없다는 게 건설업계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건설회사의 속성상 6개월 후부터 받게 될 공사비를 받기 위해서라도 착공을 서두르는 게 상식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춘천시의회 변관우 산업위원장은 지난 13일 열린 춘천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레고랜드의 예명이 선사랜드(선사유적, 유물파괴), 법정랜드(관계자들의 비리재판), 양치기랜드(번복되는 착공시기), 흉물랜드(완공 없는 면피성 착공)”라며 춘천의 미래를 가지고 장난치는 사람들이라고 질책했다.

대림의 공사 착공이 늦어지는 결정적 이유는 문화재발굴에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강원도 레고랜드 지원과 시설담당 관계자에 따르면, 대림이 테마파크를 착공하려면 먼저 상·하수도, 전기·가스등의 기반시설 착공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현재 발굴이 진행 중인 중도 상부쪽의 발굴이 완전히 끝나야만 기반시설 착공이 가능하고, 그 다음에 테마파크 착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당초 350여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진 기반시설 공사는 현대건설이 맡고 있다. 이 관계자는 대림이 아무런 조치를 하고 있지 않은 이유에 대해 선행돼야 할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착공에 나서봐야, 나중에 책임소재 문제 등이 복잡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했다. 이런 내용을 종합해보면 지금까지 엘엘개발과 강원도가 발표한 착공발표는 눈속임이라 해 무방한 상황이다.

도종환 문체부장관 취임, 또 다른 복병

또 다른 변수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 중도 문화재문제에 진력했던 도종환 장관이 취임했다는 점이다. 도 장관은 의원시절 국정감사 때마다 중도유적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고, 보존문제에도 치중해 왔다. 이런 사실은 장관 인사청문회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의당 장정숙 의원이 “중도유적의 중요성과 중국의 보존사례를 들어 사업을 중지하고 유적을 보존해야 한다”고 지적하자 도 장관은 “중도유적이 우리나라 고대사에 상당히 중요한 유적임을 인식하고 있다”며 “문화재 문제는 평소 소신대로 꼼꼼히 챙겨보겠다”고 답변했다. 여기에 더해 도 장관은 “레고랜드 사업 자체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공사가 제대로 될지도 의심스럽다”며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문광위)인 유성엽 위원장의 태도는 더욱 강경하다. 유 위원장은 인사청문회에서 도 장관에게 “우리나라가 중국의 일부였다는 시진핑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내용을 상기시키며 우리나라 고대사의 가장 중요한 유적을 레고랜드로 망가트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레고랜드 사업을 중단하고 사적지정과 유네스코문화유산지정에 나서야 한다”는 강력한 요구도 곁들였다. 이에 대해 도 장관은 꼼꼼히 판단해 처리하겠다고 답변했다.
장관인사청문회에서 장정숙 의원이 질의한 대로 자본을 투자하지 않고 아이템만 투자하는 레고랜드 건설자금 마련을 위해 중도부지를 민간에 매각하면 유적을 지킬 수 없다는 지적은 유적보존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도 장관에게도 고민의 한 축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여기에 더해 국회 내 가장 중요한 파트너인 문광위원장이 사업중단을 강력하게 요구하면서 중도 레고랜드 사업의 앞날이 갈수록 불투명해지는 모양새다.

 

 

 

오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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