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쿤스(미국·1955~)의 ‘키치(Kitch)’는 고급예술, 정통예술에 대한 반대말이다.

키치란 문화적 특권의식으로 가득 찬 기존 문화구조에 대한 이질적인 문화의 접목과정에서 나타난 예술로, 이러한 기존 구조로부터 천박함으로 떨어지는 문화적 흐름의 하강현상을 통해 맹목적인 문화적 계급의식과 계화(界畵)의 과정을 만들며 소시민들의 통속적인 일상에 자리 잡게 된다. ‘싸게 만들다’의 뜻을 가진 독일어 ‘페르키첸’(Verkitschen)에서 유래한 키치의 어원을 예술과 현실을 넘나들며 새롭게 해석한 것이다.

미술평론가 클레멘트 그린버그(Clement Greenberg)는 1939년 ‘아방가르드와 키치(Aban gard And Kitch)’라는 논문에서 ‘키치는 간접 경험이며 보장된 감각이다. 키치는 양식에 따라 변화하지만 본질은 똑같다. 키치는 이 시대의 삶에 나타나는 모든 가짜의 요약이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제프 쿤스는 헝가리 출신의 유명 포르노 배우이자 이탈리아 급진당 국회의원까지 지낸 치치올리나(일로나 스톨러)와 결혼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오른다. 세일즈에 능한 그는 치치올리나와의 결혼생활을 작품으로 만든다. 그 작품이 ‘천국에서 만든(Made in Heaven, 1989~91)’ 시리즈 다. 이 ‘메이드 인 헤븐’ 시리즈는 제프 쿤스와 그의 부인 치치올리나와의 성행위 장면을 조각과 사진으로 표현한 시리즈물로 뉴욕의 소나밴드 갤러리에 전시되면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다. 이 시리즈로 미술계에 이름을 각인시킨 그는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독일의 ‘카셀도큐멘타(Kassel Documenta)’에 초청받지 못하게 되자 카셀 외곽의 아롤젠(Bad Arolsen)에 생화 6만송이로 이루어진 초대형 강아지 조각 ‘스플릿 록커(Split Rocker)’를 세운다. 이 작업에 주요 언론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쿤스의 스펙타클한 이미지는 더욱 높이 평가된다.

그리고 얼마 뒤 비판을 의식해서 그랬는지, 원하는 대로 자신의 이름을 미술계에 각인시켰기에 그랬는지 기존의 하드한 포르노그래피 작업을 그만두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대중성이 넘치는 작품을 만드는 데 몰두한다. 그렇게 나온 작품이 ’강아지 시리즈‘이다. 이 작업은 쿤스가 치치올리나와 이혼하고 아들의 양육권까지 빼앗긴 상황에서 아들을 위한 작품으로 제작했다고 한다. 이 강아지 시리즈는 구겐하임 미술관의 대표 소장품으로 선택받으며 현대 예술계에서 퇴출될 뻔했던 제프 쿤스가 다시 현대예술의 중심에 서는 계기가 된다.

“예술은 항상 세상을 대면해야 한다. 항상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을 찾는 게 중요하다.”
- Jeff Koons


비평가들은 제프 쿤스의 작품에는 ‘창의력이 없다’, ‘싸구려 키치 작가 중의 한 명에 불과하다’고 비판하지만, 그의 작품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계속해서 상승해 그는 생존 작가 중 가장 높은 가격에 작품을 파는 10명 중의 한 사람이다. 제프 쿤스는 ‘예술가는 어떠한 방법으로든 센세이션을 일으켜 대중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는 예술가로서 교과서적인 삶을 살고 있다.

이구하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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