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가뭄이다. 그 어느 해 여름보다 빗소리가 그립다. “그믐밤보다 깊게 만나는 물방울의 맨 처음을 나는 듣는다”는 시인의 말이 절절하게 몸으로 전해진다.

언제부턴가 장마가 사라졌다. 며칠씩 쉬지 않고 비가 내리던 장마 대신 열대의 스콜마냥 아주 짧은 비가 한두 차례 지나가는 우기가 등장했다. 장마가 우기로 바뀐 거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 땅의 아열대 편입을 실감하고 절감하는 여름이다.

비를 기다린다. 밤비를 놓치지 않겠다. “지나가 버린 잠을 밟으며 잃어버린 발자국 소리를 건지며’ 빗소리를 들으리라.

정현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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